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공무원의 토요 격주휴무일을 포함해 노는 날이 너무 많다는 인식 아래 공휴일수를 재검토한다는 소식이다. 이 논의에는 이중과세의 폐해에 관한 것도 포함돼 있어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다.먼저 공무원 격주 토요휴무제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95년 도입된 이 제도는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오전근무만 하는 토요일에 전원이 출근할 것이 아니라 반만 나와 오후까지 일하면, 나머지 반수에게는 귀중한 휴식의 기회가 되니 모두가 좋지 않느냐는 것이 이 제도 도입의 발상이었다. 그러나 2년4개월간 운영해 본 결과는 딴판이다. 제일 먼저 나타난 부작용은 업무공백으로 인한 민원인의 불편이다. 업무의 연결성이 없어 담당직원이나 결재권자가 쉬는 창구에서는 아무리 급한 민원도 처리되지 못한다. 기획부서들도 사정은 다를 것이 없어 토요일이 전일 근무일이 아니라 전일 휴무일처럼 된지 오래다. 토요일 오후면 아랫사람 몇만 남아 TV 보는 일로 시간을 때우다가 퇴근하는 관공서가 태반이다.
이 제도가 미친 악영향은 더 크다. 공무원들이 쉬니까 대기업들도 앞다투어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 관공서가 휴무나 마찬가지인 토요일에 사무실과 공장문을 열 필요가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격주 토요휴무제의 확산은 놀자풍조를 부추겨 금요일 오후부터 전국의 고속도로가 터져나가는 새로운 사회현상이 나타났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레저산업이 새로운 유망업종으로 떠올라 낭비와 과소비를 끝없이 부추겼다. 오늘 이 고통의 원인의 하나가 그것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공휴일수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관한 의견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 국난을 극복해 나가려면 연간 69일인 우리의 공휴일수가 좀 많지 않은가 하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생각일 것이다. 우리나라 공휴일수는 연간 100일이 넘는 선진국들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공무원과 대기업 직원들의 경우 격주 토요휴무까지 계산하면 연간 95일을 쉰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우리 형편에 한달 평균 8일 휴무는 결코 적지않다.
설날과 추석 휴무일수에 관해서도 토론해 보는 것이 좋겠다. 이 문제는 10인10색의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으므로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신정 이틀 휴무가 지난지 한달도 채 못돼 또 설날이라고 3일을 쉬는데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신정과 설날이 겹치는 이달에는 일요일과 합쳐 9일을 쉰다. 여기에 격주 토요휴무까지 합치면 11∼12일을 놀게 된다.
온 국민이 일제히 쉬는 공휴일은 줄여나가고 그대신 각자 사정에 맞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휴가를 늘려가야 한다. 특히 관공서들까지 며칠씩 문을 닫는 연휴는 되도록 없애야 한다. 연휴에 고속도로가 얼마나 밀리느냐가 더 이상 중요뉴스가 돼서는 안된다. 공휴일 전반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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