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 집착하다 고금리 화우려/시장수요 무시한 국채발행 문제/대미일변도 협상방식 자칫 손해미국 뉴욕에서 21일(현지시각)부터 열리는 정부와 선진국 채권은행간 외채조정협상과 관련, 정부의 전략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만기전 금리 등 상환조건을 재조정할 수 있는 「콜옵션」은 반드시 관철하고 가급적 조기에 협상을 매듭지어 단기외채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
그러나 콜옵션에 집착하다가는 금리가 턱없이 높아질 수 있고 향후 민간금융기관의 외자도입이나 채권발행시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이 국제금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협상결과에 따라 금융기관 및 기업들은 고금리를 감수하더라도 정부보증 없이는 해외차입이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외채조정협상 전략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은 크게 네가지.
우선 콜옵션의 관철이 최선인 양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부가 콜옵션을 고집하는 것은 외환사정이 좋아지면 낮은 금리의 채권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채권은행단은 콜옵션을 허용하는 대신 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현재 JP모건사 주도의 채권단은 정부보증하에 10∼13%의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콜옵션 인정대가로 가산금리를 붙일 경우 감당할 수 없다는 게 금융계의 판단이다. 콜옵션에 유연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국채를 발행할 때 시장상황을 고려해야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국채발행규모는 1백억달러. 그러나 아직까지 「정크본드」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정부의 국채가 소화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최대의 기관투자자는 연기금과 보험사들이지만 이들은 내부규정상 투기채권에는 투자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국채를 발행할 경우 소화는 되지않은채 금리만 올라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채가 가장 낮은 금리로 완전히 소화될 수 있는 최적규모의 시장조사가 요구된다.
세번째는 미국 일변도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에 대한 대출금이 미국계 은행보다 훨씬 많은 유럽계 은행들은 미국 주도의 협상방식 등에 불만을 표시하며 미국과 다른 독자적인 협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현실적으로 미국 주도의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IBRD)내 발언권이 약하지만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이들의 입장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네번째는 협상을 지나치게 서두르지 말라는 지적이다. 이번 협상이 타결된다고 하더라도 이와 연계된 G7 등 선진국 지원금 80억달러가 조기지원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26일 IMF 구제금융정책에 대한 조사와 청문회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지원시기기 늦춰질 수 있고 나머지 국가들도 자금지원조건에 대해 한국정부와 개별협상을 벌이게 돼 있어 추가 부담은 물론 시기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밖에 김용환 비상경제대책위원장, 유종근 대통령당선자 경제고문, 정인용 국제금융대사 등이 주축이 된 협상단이 첨단화된 국제금융기법 및 흐름과는 세대차를 보일 만큼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뉴욕 월가에서는 한국정부협상단이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뉴욕외채협상단 일문일답/“한자리금리·콜옵션 최선”/각국 은행단 이견있으나 공약수 찾을것
김용환 비상경제대책위원장과 유종근 대통령당선자 경제고문 등 한국 외채협상단은 20일 워싱턴에서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 등 미국 정부 및 국제금융기구 대표들을 만난뒤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다음은 간추린 일문일답.
루빈 장관과의 면담결과는.
『(김위원장) 미국정부가 공식적인 입장을 갖거나 할 처지는 아니지만 우방국으로서 한국과 경제·안보적 측면에서 깊은 관계가 있는 만큼 협상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등 많은 의견교환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 대표들과는 어떤 얘기를 나눴나.
『(김위원장) 피셔 IMF 수석부총재를 만났더니 한국의 공약이행 과정을 만족스럽게 평가하고 있었다. 뉴욕 협상을 계기로 단기간의 유동성 부족문제를 슬기롭게 극복, 한국경제가 정상궤도에 복귀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격려를 해주었다』
협상전망은.
『(김위원장) 서로 어떻게 하겠다는 원칙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인데 합의가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희망적으로 생각하면서 성공적인 타결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금리문제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유고문)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연 15% 등은 엉뚱한 발상이다. 금리는 낮으면 낮을수록 좋을 것이다. 가산금리(스프레드)가 0%면 가장 좋겠지만 전체 조달금리를 한자릿수 이내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작정이다』
콜옵션 부분에 관한 협상에 대해서는.
『(유고문)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최근들어 호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경제적 장래에 대해 희망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일정 기간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것보다는 중도에서 조건등을 재조정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갖는게 당연하다』
미국계 은행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유고문) 한국에 돈을 융자해준 은행들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공약수가 찾아지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이 너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일본과 유럽의 불만은 그들끼리의 얘기이다. 미국은행이 작년말 어려운 상황에서 먼저 나선 것인데 서로 의견을 조정해서 다같이 한 배를 타야할 것이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