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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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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8.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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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언어습관이 비슷한 일본에서 중의원 의장이 총리에게 답변을 요구하면서 이름 뒤에 「군」을 붙여 부르는 것을 보고 놀란 일이 있다. 기자들도 그냥 「총리」로 불렀다. 선생이나 사장을 부를 때도 마찬가지다. 직명 자체에 존경의 의미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엊그제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국민과의 TV 대화에서 앞으로 각하라는 호칭을 쓰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전임자들처럼 측근에게 지시하는 것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온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이다. 이제는 아부하고 싶어도 그렇게 부르지 못하게 됐으니 권위주의의 상징인 이 호칭이 정말 없어질 것인지 관심사다. ◆우리나라에서는 왕을 폐하 또는 전하, 정승을 합하라고 불렀을 뿐 각하란 말은 없었다. 일본이 제국주의 시대 고위 공무원과 군 장성을 높여 부르던 호칭이 광복후 그대로 남았다. 진작 없어졌어야 할 왜색 어휘가 정부수립 50주년이 다 되도록 쓰이고 있는 것은 권력자에게 잘 보이려는 아부근성 때문이었다. ◆김당선자는 각하란 말 대신 「대통령님」이 어떻겠느냐는 대안도 내놓았다. 대통령이란 직위명에 최고의 뜻, 존경의 뜻이 함축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붙이지 않으면 어딘가 허전하고 결례인 것같다. 부모와 스승을 존칭 없이 부르는 것처럼 우리 언어습관에 맞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님이란 말에는 사모하는 이란 뜻 말고 왕이란 뜻도 있다. 가사나 시조같은 고전문학 작품에서 절대권력자를 가리킬 때 이 말을 많이 썼다. 대통령님이란 말도 당장은 어색하지만 자주 쓰면 익숙해질 것이다. 존칭을 통일하는 민주적 호칭이니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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