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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에세이집 ‘작은 마음의 눈으로 사랑하라’/안도현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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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에세이집 ‘작은 마음의 눈으로 사랑하라’/안도현 ‘관계’

입력
1998.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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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세상 따뜻한 책 2제/최인호 에세이집 ‘작은 마음의 눈으로 사랑하라’­일상의 단상 33편 모아 작은이야기 22가지 묶어/안도현 ‘관계’­어른들을 위한 동화 작은이야기 22가지 묶어밖은 춥지만 안으로의 따뜻함이 어느때보다 소중한 요즘이다. 너나없이 삭막한 가슴을 안고 살아야만 하는 이즈음 그 가슴을 훈훈하게 해 줄 만한 책 2권이 나왔다. 중진작가 최인호(53)씨의 에세이집 「작은 마음의 눈으로 사랑하라」(제삼기획 발행)와 중견시인 안도현(37)씨의 어른을 위한 동화 「관계」(문학동네 발행).

최씨의 책은 그가 최근 몇년여 자신의 일상과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일들에 관해 쓴 단상 33편을 모았다. 어느 가정에서도 일어날 법한 크고 작은 평범한 이야기들을 쓴, 가족에 관한 글이 대부분이다. 작가 특유의 쉽고도 친근하며 유머러스한 어조로 들려주는 작은 이야기들은 그러나 우리에게 커다란 의미로 와 닿는다.

그는 인생은 일기예보와 같다고 말한다. 『궂은 날이 있으면 맑은 날이 있듯이 그 어떤 불행한 사람에게도 반드시 행복한 때가 다가오기 마련인 것이다』 평범한 소설가의 속삭임은 바로 지금 우리가 다시 새겨야 할 경구로 들린다. 언제나 작가로서 최고의 위치에 올라있는듯한 그에게도 쓰라린 일들이 많았다. 몇년간은 사람을 만나기도 싫고 신문과 잡지에 이름 나오는 게 싫어서 술래잡기 하듯 꼭꼭 숨어버린 적도 있었다. 건강도 악화했고 교통사고까지 당했다. 그러나 백두산 여행길, 일행을 벗어나 백하강물에서 혼자 목욕을 하면서 그는 깨닫는다. 『나야말로 웃기는 녀석이로군. 앉아서 도대체 무엇을 하겠단 말인가』. 경허 스님의 「출문석비」, 「문밖으로 나와서 지팡이를 휘저어 본다」는 경구를 되새기면서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인생에는 썰물이 있으면 밀물도 있다고.

안도현씨의 「관계」는 연어의 모천회귀에 성장의 고통과 사랑의 아픔을 빗대어 맑고 투명한 이야기를 만들어 베스트셀러가 됐던 「연어」에 이은 그의 두번째 어른동화집이다. 늘 우리가 소홀히 하는 작은 자연풍경에서 맑고도 교훈적인 시를 걸어올리는 시인인 안씨는 이번에는 「소설과 동화와 에세이와 시의 중간 어디쯤 되는」 작은 이야기 22가지를 묶어냈다.

표제작 「관계」에서 단단한 껍질로 몸이 싸여있는 도토리, 『이 껍질을 깨고 어서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도토리에게 낙엽들은 『너무 서두르지 마. 그건 벽이 아니야』라고 말한다. 도토리는 낙엽과의 관계맺음에서 자신의 속에 갈참나무의 어린 싹이 자라고 있음을 깨닫는다. 「어른들은 눈사람을 만들 줄도 몰라. 그들은 눈사람을 발로 찰 줄만 알 뿐이지」(「눈사람」), 「꿈을 위로만 꾸지 말고, 옆이나 아래로도 꿀 줄 알아야 해요」(「어른이 되지 않기 위하여」) 이러한 구절들은 장황한 설명 없이도 바로 우리에게 와 닿는다. 경제의 공황 상태에 우리의 정신마저 공황에 빠진듯한 이즈음 차분히 읽고 새겨야 할 글들이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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