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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케이건 교수의 전쟁과 인간/전쟁은 왜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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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케이건 교수의 전쟁과 인간/전쟁은 왜 일어날까

입력
1998.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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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익 명예 때문에/포에니전쟁,1·2차 대전 등/5가지 사례 치밀하게 분석/“힘의 유지만이 평화보증” 결론전쟁은 왜 일어날까? 미국 예일대 도널드 케이건 교수는 95년작 「전쟁의 기원과 평화유지에 관하여(On the Origins of War and the Preservation of Peace)」에서 간단히 답한다. 『두려움, 이익, 명예 때문』이라고.

두려움은 알만하다. 옆나라가 쳐들어오는 위기를 마냥 좌시하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익도 말 된다. 영토확장이나 부를 위해서라면 인간은 다른 인간의 생명 따위는 안중에 없을 만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명예」 때문이라니? 명예 때문에 그토록 많은 동료인간을 도살한단 말인가?

그래서, 케이건 교수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아테네와 스파르타간의 펠로폰네소스전쟁, 로마와 카르타고의 포에니전쟁, 1차대전과 2차대전, 핵전쟁 일보 직전까지 치달았던 쿠바 미사일위기 등 전쟁 또는 그에 준하는 상황 사례 5가지를 역사적으로 치밀하게 분석한다. 결론은 이렇다. 『어떤 나라가 무력을 사용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일 경우 그 나라는 바로 명예, 즉 다른 나라들의 「존경」을 잃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리 되면 국제사회에서 취약한 존재로 전락한다. 1962년 쿠바 미사일위기 때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다투어 결연한 의지를 보인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미국과 소련이 1949년부터 80년대말까지 거의 맹목적으로 핵무기 경쟁을 벌인 것도 영토확장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명예와 권력을 얻고, 얻은 것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다. 전쟁에서 「합리성」은 문제가 안된다』

전쟁에 관한 정평있는 연구서로 손꼽히는 이 대작이 세종대 영문과 김지원 교수 번역으로 세종연구원에서 나왔다. 번역본은 제목을 「도널드 케이건 교수의 전쟁과 인간」(576쪽, 1만8,000원)으로 바꿨다.

케이건 교수는 「강대국의 흥망」의 저자 폴 케네디 교수와 함께 예일대에서 역사와 서양문명을 강의하고 있다. 91년까지 「펠로폰네소스전쟁 시리즈」 4권을 발표, 투키디데스(기원전 5세기 후반 「펠로폰네소스전쟁사」를 쓴 고대 그리스 최고의 역사가) 의 저작 이후 최고의 역작이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두려움, 이익, 명예」라는 세가지 전쟁원인론도 사실은 투키디데스의 이론을 현대전 사례까지를 포함해 새롭게 해석한 결과다.

케이건의 평화유지 방법론은 사뭇 강경하다. 『한 나라가 평화를 유지하는 데는 전시체제와 다름없는 적극적인 행동과 현명한 작전, 자원의 소비와 희생이 요구된다. 군비축소나 불개입 등 소극적인 정책을 취하기보다는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필요하면 언제든 이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때 평화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가다운 이야기 솜씨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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