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수주머니·색실철 흉배·자수병풍 등 화보와 관련 시·민요까지 소개/옛 여인네들의 살내음 물씬『님의 옷 짓고 깁다가/꽃내음이 서리어 시들해지는 때면/굽은 바늘 옷섶에 꽂고/앉아서 숙향낭자전을 읽는다/…해무늬 고운 보에 싸서/피죽상에 간직한 옷감/밤에 님의 옷 마르니/손에도 향기, 옷에도 향기로다』 조선조 여성시인 이옥이 신혼시절 낭군 옷을 만들면서 읊은 시다. 『…손으로 쉬지 않고 가위질 하면/추운 밤 열 손가락 곱아 오는데/남 위해 시집갈 옷 짜고 있건만/자기는 해마다 홀로 산다오』 집이 가난해 중매는 들어오지 않고 바느질로 연명하는 가련한 처녀의 삶을 그린 허난설헌의 시 「가난한 여인」 마지막 연이다. 가물가물 호롱불 아래 곱은 손 호호 불어가며 한땀한땀 바느질하던 옛 여인네들의 모습이 아련하다.
서울 양재동에서 사전 자수박물관을 운영하며 전통 규방용품의 예술적 가치를 알리는 데 힘써온 허동화(72·문화재전문위원)씨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규방문화」(1만5,000원)를 펴냈다. 옛 여인네들의 살내음 물씬한 보자기, 수주머니, 수베갯모, 색실첩, 반짇고리, 흉배, 자수병풍, 바느질도구, 다듬잇돌, 비녀, 누비, 한지공예 등 사라져가는 전통 규방용품을 시대와 종류별로 소개하면서 그 독창성과 미학을 조명한다.
규방용품 모으기 30년. 『넝마처럼 낡은 자수품이나 보자기, 옷가지 대신 재물을 모았다면 지금쯤 부자가 됐겠지요. 그러나 다른 어떤 분야에 이만한 노력과 정성을 들여 성취하고 벼슬을 했다 한들 이처럼 뿌듯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 책은 규방용품과 관련된 시, 민요, 수필은 물론, 각종 고문헌 소개를 곁들여 읽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물론 압권은 100쪽에 걸쳐 컬러화보로 담은 사전자수박물관 소장품들. 특히 자투리천을 조각조각 이어 만든 보자기들은 몬드리안 같은 입체파화가들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색 바랜 수백년전 보자기에 담긴 그 현대성이라니….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 보자기 전시회를 나가보면 그곳 박물관이나 미술관 큐레이터들이 색감과 디자인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현대화한다면 회화나 디자인 발전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허씨는 자수박물관 운영 및 수집경험을 담은 수필집 「세상에서 제일 작은 박물관 이야기」(5,000원)도 함께 내놓았다. 현암사 발행.<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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