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없이 사상첫 노사합의 성과/뉴욕 외채협상 힘 실어주기 뜻도노사정위원회가 20일 우여곡절끝에 「노사정 공동선언문」을 도출해내는데 성공함으로써 최대쟁점인 고용조정(정리해고)문제를 노사 합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비록 고용조정을 공동선언문에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선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노·사·정 3자가 임시국회 회기(21일)이전에 타협에 이른 것은 중요한 상황변화로 볼 수 있다. 노동계의 이해와 협조속에, 당장 내주부터라도 고용조정 법제화를 위한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특히 노사정이 미국에서 진행중인 우리 대표단의 외채협상에 힘을 실어줘야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이날 합의의 주요 배경중 하나로 지적된다.
노사정 공동선언문은 우리 노사관계에서 최초라는 의미와 더불어, 앞으로 고용조정을 비롯한 수많은 현안들을 물리적 충돌없이 풀어나가기 위해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때 위원회 참여를 거부했던 노동계도 다른 경제주체들과 책임을 함께하는 「공동운명체」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사·정 협상은 앞으로도 몇차례의 중대 고비를 맞게될 것으로 보인다. 선언문은 고용조정 법제화를 명문화하지 않고 일단 우회했다. 노사 양측은 앞으로 10대 의제를 서로「바터」하는 협상방식으로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타결 목표시한을 다음달 2일 시작되는 임시국회 회기를「감안」한다는 정도로 표현한 것도 서로 다른 해석을 낳을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고용조정의 법제화 시점은 언제일까.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측은 외환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제 등에 대한 논란을 하루 빨리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시국회 일정을 한차례 더 연장하더라도 가급적 1월 내에 타결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노사정 합의절차없이 19개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정리해고를 강행처리하는 무리수는 두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당선자측의 한 핵심관계자는 『어렵게 공동선언문을 이끌어낸 이상 부실금융기관 정리해고문제를 굳이 강행처리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고통분담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물리적 충돌없이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동계측도 무한정 시간을 끌 수는 없다는 점에 대해선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고용조정문제는 「노사정위 합의법제화 착수」의 수순을 거쳐 2월초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아직 상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노동계측은 『공동선언문과 고용조정 법제화는 별개의 문제』라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노사정위의 합의없이 고용조정문제를 법제화한다면 용납하기 어렵다』는게 양대노총의 주장이다. 앞으로의 추가 협상에서 고용조정의 법제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이번 선언문 채택의 의미는 노사간 갈등을 다만 지연시킨 데 지나지 않는 것으로 의미가 격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장현규 기자>장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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