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사재출자 당초의 약속과 다르다”/“신격호 회장만큼 해야” 커트라인 제시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20일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미흡하다고 공식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김당선자는 이날 아침 일찍 일산 자택에서 박태준 자민련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독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당선자는 이어 박지원 대변인을 통해 『이번만은 (대기업이)적당히 넘어갈 수 없으며, 강도높고, 신속·철저한 개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토록 지시했다. 전날 공개된 현대와 LG의 구조조정 계획이 김당선자의 기대치에 훨씬 못미치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김당선자측은 특히 대기업 총수들이 약속과는 달리 개인재산의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이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민련 박총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롯데 신격호 회장처럼 적어도 개인재산 출자 같은 성의표시는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사재투자」가 대기업 개혁의 「커트라인」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경제비상대책위의 한 위원도 『대기업총수의 사재 출연은 경제파탄에 대해 사후 책임을 추궁하는 의미에서 요구된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대기업이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은 「기본 인식」에서부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재 투자는 대기업 총수들이 김당선자와의 회동에서 한 「약속」』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당선자측은 대기업의 자기 개혁 노력이 끝내 미진했을 경우에 대비해 「별도의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개인재산에 대한 실태 및 세무조사, 은행 여신관리에서의 차등화, 경제 청문회 소환 등의 강도 높은 조치가 거론된다. 이와 관련, 자민련 박총재는 『모든 것이 대기업총수들의 의지에 달린 것』이라고 여운을 두고 있다.
다만 김당선자측은 아직 이같은 강제수단을 동원할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비대위의 장재식 의원은 『대기업측 구조조정계획의 전모가 아직 완전히 공개된 것은 아니다』며 『대기업들은 구체적인 정리계획이 공개될 경우 어음 회수, 은행대출의 중단 등 혼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당선자가 직접 대기업 개혁을 챙길 경우 앞으로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나 불이익 시비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김당선자측은 대기업측에 대해 수준높은 개혁을 촉구하되, 가능한 한 자발적인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설득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유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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