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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도 거듭나라!

입력
1998.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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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 구조조정의 IMF시대 법조계도 성역은 될 수 없다/전관예우·브로커비리·먹이사슬·유전무죄…/구악의 늪서 ‘정의의 여신’이 바로설 때는 올것인가『죄와 벌을 「심판」하는 게 아니고 「거래」하는 곳』 법조계에 대한 독설이자 모욕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재판을 경험한 한 전과자 가족의 이 말은 비록 수사적 과장이 담겨있지만 법조계 주변의 비리 정도에 대한 일반의 시각을 말해준다.

법조계의 거듭나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조인 스스로의 자정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일찍이 없던 위기를 맞아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혁과 구조조정의 흐름에서 법조계도 더 이상 「성역」이 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한 재야 법조인의 말. 『IMF 시대에서 투명성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법과 상식이 바탕이 된 깨끗한 사회가 투명한 사회 아닙니까. 법을 다루는 우리 법조계가 아직 그렇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먹이사슬이니, 전관예우니, 법조브로커니, 유전무죄 등은 법조계에서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구악의 단어입니다』

「법조비리」. 판·검사, 변호사, 법조계 종사자, 경찰 등 법원 주변과 재판과정에 얽힌 부조리, 탈법행위, 비합리적인 것 등을 말한다. 그 중심에는 돈을 받고 사건을 맡는 변호사가 있다.

법조계의 개혁을 말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변호사들에 대한 「전관예우」관행이 사라져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판·검사를 갓 그만 두고 변호사로 나선 사람들은 검찰과 법원에 자신의 영향력이 남아있을 때 수임건수와 「실적」을 높여 이름과 돈을 얻기를 원한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가 현직에 로비를 하고 사건브로커를 고용한다. 이는 변호사 업계 전반에 과다한 수임경쟁을 부추기고 피해자를 양산한다.

대한변협의 자체조사. 지난해 200건 이상을 수임한 변호사는 16명이었다. 이중 상위 10명은 판·검사출신이 각각 7명, 3명으로 대부분 개업 2년차 이하였다. 연수원 출신의 변호사가 연간 70∼80건을 수임하는 것에 비하면 큰 차이가 난다. 능력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만은 어렵다.

『변호사의 희망대로 구형이나 선고가 이뤄지면 관행적으로 현직에 대한 접대가 따릅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재판에서 편의를 기대하기가 힘들죠』 93년 개업한 최모(33)변호사의 말처럼 변호사의 수임비리는 일반인에게 알선료 부담을, 현직에는 전관예우의 관행지속을, 그리고 다수의 선량한 변호사들에게는 명예를 실추시키는 결과로 되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외국으로 도피한 의정부 지역의 이모변호사. 그는 이 곳 법원출신으로 경찰 검찰 법원 출신 외근 사무장을 각각 고용해 2년여간 무려 220여건을 소개받아 17억원대의 수임료를 챙겼다. 이중 2억6,000만원을 알선료로 뿌렸다.

법조비리의 1차 고리는 경찰서에서부터 시작된다. 경찰서에는 변호사들이 고용한 사건브로커들이 상주하다시피 한다.

최근 서울 K경찰서에 음주운전으로 입건된 Y씨(26·회사원)는 담당경찰과 브로커가 『구속될 지도 모른다. 100만원만 주면 구속도 막고 벌금도 낮출 수 있다』고 회유하는 통에 안전심리로 돈을 건넸다. 벌금 150만원까지 모두 250만원의 경비가 들었지만 알고 보니 알코올 농도가 낮고 초범이므로 벌금만 물면 되는 사건이었다. 브로커에게 돌아가는 알선료는 수임료의 20∼30% 수준. 소비자는 알선료와 경찰에게 지불되는 「떡값」에 대한 부담을 추가로 떠안는다.

일부 변호사의 비리는 수임비리에 그치지 않는다. 선임비용의 특별한 기준이 없는 것을 악용해 「부르는 게 값」처럼 법률에 무지한 소비자의 돈을 부당하게 빼앗고 있다. 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된 사례.

H변호사는 기업을 부도내 구속된 A씨에게 5,000만원이면 석방된다며 1,000만원의 착수금을 받고 선고공판 전 나머지 금액도 일부 받아갔다. 그러나 결과는 중형. A씨가족은 반환을 요구했지만 반환불가 규정에 의해 묶여 있는 상태다. K변호사는 W씨의 고소사건을 2,500만원이란 고액으로 수임해 변론에 임했지만 패소했다. W씨는 『K변호사의 불성실한 변론으로 패소했다』며 반환금 청구소송을 통해 2,000만원을 되돌려 받아 법조계 내부에서 화제가 됐다.

의정부 이모변호사 사건을 계기로 법조비리에 대한 자정움직임이 조용히 일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훈탁 변호사는 『브로커 고용 변호사를 고발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43명의 변호사가 결성한 모임은 비리 변호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대한변협은 지난달부터 자체조사를 벌여 비리가 밝혀지는 변호사는 중징계 한다는 방침이다.

전·현직 법조인과 사건브로커와 경찰 등이 사슬처럼 얽힌 법조비리. 전문가들은 법조계에도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하고 거품이 사라져야 할 때라고 말한다. 사건의 수임에는 시장경제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며 변호사는 전문분야를 갖고 유능한 정도에 따라 합당한 수임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역」은 권위와 권력으로 생겨나는 게 아니고 그것들로부터 깨끗하게 초탈했을 때 스스로 만들어지는 것이다.<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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