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의사결정·견제 경영3권 분리 시도오너가 아닌 이사회가 기업의 최종 의사결정권한을 갖는 서구식 이사회제도가 국내 기업들에 본격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현대 LG그룹이 내놓은 구조조정은 이같은 경영방식의 변화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두 그룹은 모두 사외이사와 사외감사제를 전면도입하고 이사회의 기능을 정상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재벌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의사결정구조의 독단을 최소화하고 책임경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얘기다. 이사회의 기능강화는 그동안의 기업운영과 관행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한다. 우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하는 제도적 장치가 된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되 주주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인사권과 주요정책 결정권한을 갖고 감독기능을 하는게 서구식 이사회의 전형이다.
현대의 경우 향후 이사회의 구성을 ▲회사를 직접경영하는 사내이사 ▲이를 감독하고 전반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대주주 ▲외부전문가인 사외이사등 3개부문으로 나눌 예정이다. 현대가 LG그룹과 달리 오너를 의미하는 대주주가 사외이사로 참여한다고 밝힌 것은 앞으로 오너들이 경영인이 아닌 사외이사의 역할을 하게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룹 관계자는 『대주주들이 회사를 직접 경영하는 경영자의 자격에서 감독과 전략수립으로 역할을 바꾼 사외이사로 내려앉게 될 것』이라며 『이는 전면적인 전문경영인체제 도입,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표이사 회장 및 사장에 대거포진한 몽자 항렬의 2세경영인 상당수가 대표이사직을 내놓고 사외이사로 경영일선에서 물러서는 한편 전문경영인들의 대거발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기존 오너체제가 이사회라는 민주적 의사결정의 형식을 빌린 것일 뿐이지 대주주인 만큼 오너의 결정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관행은 바뀌기 어렵다는 일각의 비판도 있다.
그렇더라도 사외이사와 사외 감사의 전면적인 도입으로 경영의 투명성은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96년 1월 금강기획등에 현대가 처음으로 선보였던 사외이사제는 앞으로 다른 기업에도 채택될 것이 분명하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외부인사에 의한 견제기능의 확보로 인해 집행기구 의사결정기구 견제기구등 경영 3권이 실질적으로 분리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사외이사제도입의 의미를 설명했다.<이재열 기자>이재열>
◎현대그룹 발표 뒷얘기/수위 진통 거듭… “문화일보 경영철수는 삼성압박 포석” 관측도
○…현대그룹은 19일 구조조정안 발표에 앞서 주말동안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인 틀은 16일 그룹 7인 운영위원회를 통해 확정했지만 발표수위를 놓고 종합기획실을 중심으로 상당한 진통이 거듭됐다는 후문이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특히 총수재산의 출연부문과 계열사 통폐합에 대한 입장은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와 4대그룹총수간의 합의사항에 포함된 내용이어서 여러 차례 논란을 겪었다』 면서 『여론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민감한 부문이기는 하지만 내부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한 투명경영의 도입에 무게를 싣게 됐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구조조정안 가운데 구체적인 조치로 주목을 끌었던 문화일보경영철수는 다분히 삼성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추측이 대두됐다. 현대의 박세용 종합기획실장은 『김대중당선자가 갖고있는 재벌언론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이미 자본잠식상태인 경영악화등을 이유로 경영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측에 중앙일보 경영철수를 압박하기위한 현대와 신정권측의 합작품이라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정권측과 사전조율을 거친 현대가 재벌언론폐해에 대한 비난여론을 의식한 조치』라며 『그러나 다분히 중앙일보와 분리하라고 삼성측을 압박하는 느낌이 강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삼성측이 현대와 발표날짜와 수위를 맞추려고 했으나 돌연 연기한 것은 현대의 문화일보경영철수사실을 알고 난감해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