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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한족의 장수비결(유라시아 장수촌을 찾아서: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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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한족의 장수비결(유라시아 장수촌을 찾아서:20)

입력
1998.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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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작용 돕고 몸속 기름기 제거/차덕분에 뚱보가 드물다/녹·청·흑·황·백차 등 종류와 맛이 다양/비타민·무기질 풍부하고 해독작용까지/하루에도 몇번씩 마시기때문에 건강장수▷한족의 차문화◁

한달간에 걸친 네이멍구(내몽고)여행은 퍽 인상적이었다. 숙소는 한나라때 북쪽 오랑캐와 화친을 맺기위해 몽골족에 시집간 왕녀 왕샤오쥔(왕소군)이 머물렀다는 후허하오터의 샤오쥔 대주점이었다. 제일 좋은 숙소라지만 우리나라로 친다면 1급 여관 수준이었다.

저녁마다 대접이 융숭했다. 칭기스칸의 무덤으로 알려진 곳을 비롯해 여러 지방을 다녔다. 호수에 물고기가 많았지만 몽골사람들은 먹지 않았다. 단지 이 고장에 이주해온 한족들이 물고기를 말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음 일정은 시안(서안)이었다. 현대적인 건물이 많은 시안은 매우 개방적이고 깨끗해 보였다. 이곳에서도 중의학원과 중의원을 방문했다. 주말에는 진시황의 무덤에서 발굴된 마용과 토용도 구경했다. 시안에서 자동차로 두시간쯤 달리면 전형적인 한족마을에 닿는다. 네이멍구가 개방된 뒤 외국인들에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농공단지였다.

이 고장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차(다)를 마신다. 한가한 노인들은 차가 담긴 물통을 들고 공원에 나와 틈만나면 마신다. 노인들이 건강을 유지하고 체중을 관리하는 데는 차가 좋다. 비타민이나 각종 무기질이 풍부하고 30대이후 생기기 쉬운 비만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족은 차를 마시기 때문에 건강하고 장수한다는 설명이었다.

▷차의 유래와 전통◁

일본에선 우룽(오룡)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콜라나 주스 같이 캔에 넣어 판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래 녹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족의 차 이야기는 「신농본초경」에도 나온다.

5,000년도 넘은 먼 옛날에 신농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약초를 찾아내기 위해 각종 초목을 직접 맛보면서 신농본초경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에 70번이나 독초에 중독되기도 했다.

신농본초경에 「차나무는 쓰촨(사천)성 같이 경치좋은 계곡이나 언덕에 자생하며, 잎은 4월에 따 건조시켜야 한다. 차 잎은 여러 가지 부스럼, 방광질환, 가래를 제거하고 열을 떨어뜨리며 갈증을 없앤다. 또 졸음을 쫓아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고 쓰여있다.

이런 표현으로 미루어 차는 원래 기호음료가 아니라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를 위한 약으로 쓰였던 것 같다. 그러나 수질이 나빠 물을 끓여 마셔야 하는 환경적 배경때문에 차를 전문으로 파는 다루나 다관이 생겨났다. 서양의 역사를 보아도 차는 중국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당나라나 송나라 때부터 아라비아 및 중동과 교역했다. 해상무역에 종사하는 아라비아 선원들은 신선한 채소가 없어 괴혈병에 잘 걸렸다. 그러나 한족 선원들은 항해를 오래 해도 병에 걸리지 않았다. 이유는 바로 중국차에 있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족의 차는 비싼 값으로 아라비아와 유럽에 수출됐다. 또 당나라 때 몽골사람들은 날쌘 말을 차와 바꾸었다고 한다. 오늘날도 네이멍구사람들은 양을 팔아 중국차를 사고 있다.

원나라 때 베이징을 방문한 마르코 폴로가 유럽으로 차를 가져가 퍼뜨렸다. 따라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비단길은 차의 길이기도 했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로 있을 당시 동인도회사는 중국차의 종자를 가져다 스리랑카에 전파시켜 세계적으로 이름난 실론차가 생겨났다. 러시아는 16세기경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카자흐족이 차를 받아들여 널리 보급했다. 한족의 차문화는 인도차이나를 거쳐 프랑스 사람들에 의해 18세기 이후 유럽으로 본격 전파됐다.

영어의 「티(tea)」는 푸젠(복건)성 사람들이 차를 말하는 발음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아직도 러시아에서는 차를 「챠이」라고 부르는데 이것도 중국의 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차는 생산지와 재배방법에 따라 향기, 형태, 색깔, 맛이 다르다. 중국사람들의 분류에 따르면 차는 녹차, 청차, 흑차, 황차, 백차로 나뉜다. 제조방법에 따라 나누면 발효시키지 않은 녹차, 완전 발효시킨 홍차, 약간 발효시킨 우룽차 등이 있다.

이중 한족이 많이 애용하는 것이 녹차다. 중국의 녹차는 우리나라 녹차와 비슷하다. 색깔이나 향기는 물론 맛도 좋다. 대표적인 것으로 저장(절강)성 항저우(항주)에서 나오는 룽징(용정)차를 꼽을 수 있다. 이밖에도 장쑤(강소)성 둥팅(동정)의 비뤄춘(벽라춘), 쓰촨성의 멍딩(몽정)차, 장시(강서)성의 녹차가 유명하다. 또 사람이 살지 않는 깊은 산 속의 차나무에서 얻은 새 순으로 만든 우위(오여)차도 잘팔린다.

▷차의 비만예방 효과◁

우룽차는 청차라고도 부른다. 발효 정도로 따진다면 녹차와 완전히 발효된 홍차의 중간쯤 되는 반 발효 차다. 일설에 따르면 이 차는 푸른 빛깔의 다갈색을 띠고 있기 때문에 까마귀가 연상되고, 차 잎의 형상이 용을 닮았다고 해서 우룽차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차는 18세기 푸젠성에서 처음 나와 광둥(광동)성, 윈난(운남)성, 대만 등 남쪽으로 퍼졌다. 홍차는 중국에도 있지만 거의 마시지 않고 수출만 한다.

윈난성 특산의 흑차도 널리 알려져 있다. 문자 그대로 검은 색을 띤 차다. 홍차보다 색깔이 진하며 물을 서너차례 타서 마신다. 떫은 맛도 녹차에 비해 덜하다. 흑차는 녹차를 가공해서 만든다. 녹차 성분을 그대로 유지시킨 발효차라 할 수 있다. 윈난성 사람들이나 광시(광서)성의 장족들이 많이 마신다.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와 메콩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윈난성 최남단의 시쑤앙반나(서쌍반납)는 흑차 산지로 유명하다. 이 고장이 자랑하는 식물원에 가려면 시쑤앙반나에서 자동차로 4∼5시간쯤 메콩강을 끼고 달려야 한다. 시야에 펼쳐지는 메콩강 유역의 들과 산은 흑차단지이다. 차나무가 크기 때문에 사람들이 올라가 잎을 딴다.

이 차는 예로부터 명품으로 소문나 중앙정부에 진상품으로 보내졌다. 송나라, 원나라, 청나라 조정은 흑차를 가공해 몽골족, 티베트족, 위구르족에게도 나누어 줄 정도로 흑차는 고급차에 속한다.

시안뿐만 아니라 시장(서장)자치구, 쓰촨성, 칭하이(청해)성에서도 저녁대접후에는 으레 흑차를 내놓는다. 일설에 의하면 흑차 때문에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고 한다.

명나라때 구마오칭(고모경)이 쓴 「다보」에는 「차를 마시면 갈증이 멎고 소화가 잘되며 여러 가지 잔병이 없어진다. 또 눈이 맑아지고 머리가 좋아지며 기름기를 제거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기록돼 있다.

과학적인 차원에서 볼 때 녹차의 주성분은 카페인과 탄닌이다. 카페인은 커피에도 많이 들어있다. 피로감을 덜어주고 사고력을 증진시키며 운동기능을 높여준다. 탄닌은 각종 독극물과 결합해 외부로 배설되는 해독작용을 하고, 설사를 멈추게 하며 살균효과도 있다.

녹차나 흑차는 체중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중국 사람들이 기름기 있는 음식을 많이 먹지만 흑차 같은 전통차를 많이 마시기 때문에 배가 나오지 않고 체중이 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좋은 녹차가 생산되고 있다. 비만을 걱정하거나 장수를 원하면 전통차를 자주 마시자.<허정 박사>

□약력

▲57년 서울대의대 졸업

▲60년 미 미네소타주립대 보건학 석사

▲63년 서울대보건학 박사

▲78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

▲79년 한국노년학회장

▲81년 대한예방의학회장

▲88년 한국보건행정학회장

▲현재 서울대보건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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