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18일 저녁에 가졌던 「국민과의 TV대화」는 진작부터 있었어야 했던 「새로운 시도」다. 「21세기에 맞는 참여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에 알맞는 쌍방통행식 정치」라고 김당선자가 정의했지만 이같은 TV직접대화방식은 이미 선진외국에서는 보편화된 제도다.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생길 때, 또 국론결집이 필요할 때 이 제도는 곧잘 원용된다. 다만 김당선자가 취임도 하기전에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우리 현실이 급박했기 때문이다. 퇴임정권의 실정탓에 국가경제는 지금 도탄직전이다. 당선자 주도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구제금융을 받아 겨우 국가파산상태를 모면하고 있다.
한달후면 국정을 인수할 김당선자로부터 우리 경제의 실상과 IMF체제 극복방안을 설명듣는 자리는 그래서 더욱 뜻있고 유익했다. 때로는 비장함과 새로운 결의가 교차하는 가운데 많은 국민들에겐 큰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말씀자료」가 없으면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던 기존의 관념에서 보면 큰 진전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오늘과 같은 파산직전의 경제를 다시 회생시키려는 당선자의 처방은 설득력이 있었다. 즉 수출을 늘려 무역흑자를 내고, 사치품등 불요불급한 물품의 수입을 억제하며,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적극 유치하겠다는 자세는 건전했다. 과거의 잘못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경제실정청문회는 꼭 하겠다는 결의는 믿음직했다. 『경제를 망치고 나라를 망친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성실하게 살아온 근로자들에게 정리해고제의 감수를 요구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는 당선자의 비감한 표정속에서 노사정의 합일도 그렇게 요원한 일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친인척의 부당행위를 막기 위한 당선자의 해법에 대해서는 쉽게 공감을 표시하기 어려웠다. 당선자는 이른바「삼금법」제정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과거 친인척의 국정유린 사태가 법규정의 미비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당선자는 특히 『나의 친인척들은 수십년간 박해받고 사업도 못하고 직장에서 쫓겨났기 때문에 이제 그것이 풀린 것만으로도 살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은 말타고 나면 경마잡히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지금 당선자주변엔 알게 모르게 줄을 대려는 온갖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이들을 어떻게 물리치느냐에 따라 김대중정부의 성패가 갈리게 될 것이다. 「대통령 아버지」에 「국회의원 아들」도 결코 범상한 경우는 아니다. 이것 역시 한번쯤은 심사숙고해 봐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
당선자는 당대의 인기보다는 물러간 다음에, 또 그보다는 사후에 존경받는 대통령이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히 자기를 버려야 한다. 자칫 이번과 같은 TV대화가 「신문고」와 같은 기능을 잃고 홍보전략의 하나로 변질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질 것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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