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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얻어 내집마련 했더니…/보금자리가 되레 “수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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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얻어 내집마련 했더니…/보금자리가 되레 “수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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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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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급줄고 이자늘어 집 도로내놔/“처는 처가로 자신은 본가로 합류”/아파트 청약미달·분양 포기 속출/세입자,전세금 인상요구에 고민IMF한파로 직장인들의 내집마련 꿈이 무참히 깨지고 있다. 은행빚 등을 내 보금자리를 마련했던 직장인들이 폭등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손해를 보면서 집을 도로 내놓고 있다.

내집장만을 준비하던 직장인들은 돈을 빌릴 엄두가 안나 아예 포기하고 있다. 내집마련의 꿈을 당분간 접어버린 세입자들도 집주인의 전세금 인상요구에 고민하고 있다. 직장인 대부분이 봉급은 삭감되고 물가는 치솟는데다 내집장만 기회까지 더욱 멀어져 절망감에 빠져있다.

30대그룹인 K그룹의 문모(39)과장은 결혼 10년만에 어렵게 마련한 경기 용인시 기흥읍의 28평아파트를 지난 연말 입주해보지도 못한 채 부동산중개업소에 내놓았다.

총 9천만원의 분양가 중 4천만원을 은행과 카드빚으로 충당했으나 그동안 이자상환을 위해 빚이 6천만원까지 늘어난데다 금리마저 올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문씨는 『아파트는 팔릴 기미도 없이 월급의 80%가 원리금 상환에 들어간다』며 『도시락을 싸고 술·담배까지 끊는 등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지만 해결방안이 없다』고 막막해했다.

3년전 경기 부천시 고광동의 6천2백만원짜리 24평아파트를 구입한 H증권 김모(36)대리도 『주택융자금 등으로 빌린 4천만원의 원리금 상환에만 월급의 절반이 날아가 기본 생계비조차 대기 힘들다』고 말했다.

세입자들의 사정은 더 딱하다. 경기 군포시에서 전세 6천2백만원의 아파트에 사는 S전자 권모(34)대리는 결혼후 5년동안 전셋값을 대기위한 빚잔치에만 무려 4천만원을 쏟아부었다. 권씨는 『지난해 10월 연말 집주인이 전세금을 2천만원 더 올려 은행빚을 끌어들였다』며 『금리인상분을 포함, 매달 갚아야할 원리금이 76만원으로 늘어나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인 S사 김모(33)대리는 『요즘 동료들 사이에 「처는 처가에, 아들은 외가에, 자신은 본가에」라는 말이 유행』이라며 『IMF시대에 내집마련의 꿈을 꾸었던 것 자체가 불행의 시작이었다』고 허탈해했다.

부도나 정리해고로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퇴직금도 제대로 못받고 최근 해고된 건설회사인 K기업 김모(54)부장은 1억6천만원짜리 36평 아파트를 9천만원에 전세주고 가족은 6천만원짜리 18평 반지하독채를 얻었다. 올들어 U제약에서 해고된 장모(33)대리도 지난해 3월 1천2백만원의 은행빚을 안고 입주한 경기 수원 영통지구의 국민주택규모 아파트를 포기하고 본가로 들어갔다.

이 때문에 아파트분양 당첨자들이 아예 계약을 포기하고 심지어 청약마저 미달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가하면 아파트대금 납부를 위한 할부금융대출금의 연체와 중도해약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7일 마감한 서울시 10차 동시분양아파트(6곳 1천여가구)청약접수에서도 청약률이 50%이하에 그쳤으며 이날 끝난 9차 동시분양아파트(12곳 3천8백여가구)계약률도 역시 50%를 밑돌았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분양아파트 계약을 포기한 청약당첨자는 5년동안 우선순위 자격을 잃게 되는데도 이처럼 높은 포기율을 보인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주택할부금융관계자는 『80%이상이 직장인인 할부금융대출자 1만2천명 가운데 지난달 연체자가 무려 2천명에 달하는데다 이중 3개월이상 장기연체자만도 2백80여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부장은 『현재의 고금리상황에서는 집마련을 위해 수천만원씩 빚을 진 사람들은 파산할 수밖에 없다』며 『중간층의 집단몰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저성장과 고금리정책을 요구하는 IMF프로그램에 대해 반드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정진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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