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일각에서 특별시와 광역시의 구청장임명제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문화적 동질성이 강한 대도시에서 굳이 구청장을 선거로 뽑아 행정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할 이유가 있느냐는 발상에서 나온 견해이다. 시민이 뽑은 시장이 구청장을 임명하므로 「지방자치의 핵심」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 이런 주장의 배경이다.서울시나 다른 광역시도 이 주장에 동조하는 편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평소 구청장들의 비협조와 고자세로 통합행정에 어려움이 있다는 불만을 토로해왔다.
구간 격차가 벌어지는 것도 구청장들이 시장의 통제범위를 벗어나 행정을 펼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번 더 구청장선거를 치르면 서울은 25개의 중소도시로 분할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올 만큼 서울시 공무원들의 우려는 크다.
최근의 구청장 임명제논의는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서 요구되는 거품제거로도 비쳐진다. 그러나 임명제로 회귀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 주민의견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지방자치제가 행정의 외연을 생활현장까지 확대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내손으로 구청장을 뽑은 뒤 행정서비스가 옛날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믿는다면 선뜻 임명제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임명제 회귀를 수용할 것이다. IMF 시대에 맞게, 선거제는 유지하되 자치구를 줄이고 돈을 덜 쓰도록 하고 구청장의 기능을 조정하는 부분 보완론도 제시될 것이다. 행정학자와 사회단체가 『주민에게 물어보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불쑥 임명제논의가 불거져 나왔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지역맹주로 군림하다가 민선구청장이 등장한 이후 지위가 흔들려 임명제를 도입하려 한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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