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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재수생 비참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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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재수생 비참한 하루

입력
1998.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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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자니 눈치보이고 학교에 가보아도 역시나지난 16일 하오 2시께 서울의 모 대학교 취업안내실. 「혹시나」하고 기웃거리는 학생에게 직원이 『아무 것도 없는데 왜 왔어』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대학원진학, 군입대 등을 제외한 이 대학의 올해 순수취업률은 「대외비」다. 직원은 『타대학수준이라는 것만 알아달라』고 말문을 닫아버린다.

대입재수생보다 더 괴로운 것이 취업재수생들이다. 그 비싼 등록금을 내가며 대학을 졸업하고도 제 「밥벌이」조차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과 「무소속」에 따른 불안감때문에 하루하루를 견디기 힘들다. 밖에 나가기가 두렵고 집안에 틀어박혀 있자니 가족들 보기도 민망한데다 상당기간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 전례없는 취업난이 멀쩡한 젊은이들을 자신감을 상실한 무기력자로 몰아가고 있다.

다른 모대학 화공과 졸업반인 김모(25)씨는 17일 상오 모처럼 「용기」를 내 학교에 나왔다가 「의무경찰지원안내」「무역실무 특강생모집」 등 광고지만 몇장 붙은 취업게시판을 하릴없이 바라보다 힘없이 발길을 돌렸다. 『비명문대여서 대기업은 그렇다고해도 중소기업조차 면접 한번 못봤어요. 너무 암담한 상황이어서 아무런 계획도 세울 수 없어요』

『안 피우던 담배를 요즘은 하루 한갑 넘게 피운다』는 김씨는 『고향의 부모님을 생각하면 차라리 죽고싶은 심정』이라고 고개를 떨구었다.

지난해 봄 모 지방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모(26)씨는 이제 취업 삼수생으로 접어들었다. 그는 『전공도 괜찮은만큼 영어실력만 좀 보강하면 충분히 취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1년동안 제대로 면접볼 기회도 없었다』며 『이제 9급공무원시험을 준비하려는데 부모님께 차마 학원비를 얘기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학생이 겪는 어려움은 더욱 심하다. 지난해 모여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박모(24)씨는 『과 친구들이 대부분 같은 처지라 서로 연락하기도 꺼려진다』며 『늘 집에 있자니 스스로가 너무나 초라해보여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세칭 명문대출신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서울대 도서관 한 구석에 취업준비생이 쓴 듯한 「고시보다 더 어려운 것은? 입사」라는 낙서가 삭막한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해 준다.

한때 명문대출신이라는 이점을 살려 취업도 미룬채 고액아르바이트 수입으로 학창생활의 「낭만」을 연장해온 소위 「캥거루족」들은 요즘 과거 배불렀던 시절의 오만한 선택을 뼈아프게 후회하고 있다.

재작년 S대 인문대를 졸업한 김모(26)씨는『그때는 빡빡한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기보다는 한 3년쯤 과외교습이나 하며 즐긴뒤 취직할 생각이었다』며 『올해 졸업하는 후배들도 취직못하는 상황이 올줄 모르고 왜 이런 바보짓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후회했다.

지난 연말 S증권에 「용케」 입사한 신입사원 정모(26)씨는 『워낙 증시가 불황이라 출근 한달이 넘도록 아직 월급을 못받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취직하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친구들과 입사시험에 합격하고도 입사가 보류된 친구들에 비하면 전혀 불평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이동국·이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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