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한강에 빠졌다. 누구부터 구조할까 고민하던 끝에 국회의원부터 먼저 건져내기로 했다. 한강물 오염을 막기 위해서였다」. 얼마전 우리 사회에 나돌던 우화 한토막이다. 이 우화는 우리 정치인들이 얼마나 부패한 집단으로 비쳐지는가를 말해 준다.IMF한파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지금 사회의 온 영역에서 지혜를 짜고 있다. 온 국민이 고통분담 대열 동참을 외치며 장롱속에 깊숙이 묻어두었던 금붙이를 꺼내 은행으로 달려가고 있다. 또 정부와 기업은 구조조정을 위해, 근로자는 자신의 밥줄을 옥죌 것이 분명한 정리해고제를 화두로 힘겨운 씨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만은 아직 태평성대다. 마치 자신들은 개혁의 대상에서 비켜난 것처럼.
그렇다면 과연 정치권은 이번 사태의 진원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가 있을까. 미안한 얘기지만 그렇지 않다. 책임이 하나라도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게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흔히 이번 난국이 한보사태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지적을 많이 한다. 「한보」가 무엇인가. 대표적인 정경유착 비리 아닌가. 오늘과 같은 경제난의 주범이 바로 정치권이라는 사실에 반기를 들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따라서 이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앞장서야 한다. 자성하는 의미에서도 더욱 그렇다. 거품을 빼고 낭비를 줄여야 한다. 고질적인 고비용구조를 고효율구조로 개편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정당조직의 과감한 축소가 이뤄져야 한다. 수백명의 유급직원이 상근하는 거대한 중앙당조직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최소한의 정책개발요원이면 족하다. 또 많게는 한달에 수천만원이 소요된다는 지구당조직도 불필요하긴 마찬가지다. 선거때만 가동하는 대의기구체제로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정치권의 거품과 낭비는 결국 기업이나 국민부담으로 귀착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숫자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재조정돼야 한다. 당장 5월의 지방선거부터 개선안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정치권이 진정 나라를 걱정한다면, 개혁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와함께 국회의원 정수도 얼마가 타당한지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일부에서는 3분의 1, 심지어 반감까지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전국구의 존치여부와 함께 선거구 조정문제도 심각하게 논의해 봐야 한다. 현재의 「죽기 살기식」소선거구제가 과연 바람직한가도 재검토해 볼 시점이다. 정치권은 더 이상 개혁을 늦춰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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