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안보인다해서 PC통신에서는 뭐든지 해도 괜찮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연세대 컴퓨터공학과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김준웅(27)씨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재택 모니터링요원. PC통신의 게시판과 자료실을 수시로 검색, 인신공격과 음란물 등을 「적발」해 윤리위로 보고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사이버 보안관인 셈. 윤리위는 김씨의 적발내용을 통신회사에 통보, 해당 통신인의 ID를 정지하도록 요청한다.
『통신은 신뢰를 매개로 합니다. 견해가 다르다고 욕을 하거나 비속하고 근거없는 글을 마구 올리게 되면 통신공간의 질이 떨어지고 그 피해는 결국 네티즌들에게 돌아옵니다』
김씨가 2년여동안 적발한 건수는 200여건 정도. 초기에는 「장터」란의 불법거래가 많이 적발됐으나 통신기술이 발달할수록 정보제공업체(IP)의 음란물게재 등 불법 유료사이트 적발이 많아지고 있다.
업무성격상 김씨는 음란물을 많이 접한다. 물론 호기심이 아닌 모니터링의 관점에서다. 『성인정보란의 기준은 체모이며 청소년들이 접속할 수 있는 사이트의 경우는 유두가 됩니다』한때 「빨간마후라」가 PC통신을 통해 유통된다는 소문을 듣고 잔뜩 긴장하기도 했다는 김씨는 『음란물을 올리는 사람들은 ID를 재빨리 바꿔버리기 때문에 앞으로는 「함정수사」도 불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때는 어느때보다도 바빴다. 각 후보진영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 의도적으로 상대후보를 비방하는 글들을 경쟁적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이때 김씨 혼자 적발한 건수만도 30여건.
최근에는 「구인」란을 가장 많이 검색한다. 대규모 구직난속에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어들면서 취업사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학원을 다니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식의 광고는 피라미드판매업체의 술수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김씨가 받는 월급은 24만원. 이마저 2월부터는 20만원으로 감봉된다. 매일 2,3시간에 해당되는 통신료나 유료사이트에 드나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그다지 괜찮은 아르바이트 자리는 아니다. 그러나 김씨는 『일반 네티즌들의 불쾌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우리의 통신문화를 보다 건강하게 가꾸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유병률 기자>유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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