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와 그의 참모들은 IMF체제하에서 야기될 수 밖에 없는 대량 실업사태를 놓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재 선진 복지국가들의 경우 냉전체제하에서 사회안정과 경기부양을 위해 확대해왔던 실업대책 등 복지정책을 대대적으로 재편성하고 있다. 신정부의 복지정책을 구상하고 있는 팀들은 선진 복지국가들이 복지정책을 전면적으로 재편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이유를 고려해 대처방안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첫째, 복지시책과 프로그램은 항상 상향조정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경직성을 띠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때문에 일단 결정된 복지정책과 기존의 복지프로그램을 하향조정하거나 그 행정조직을 축소하는 개혁은 엄청난 사회적 저항을 불러 일으킨다. 둘째, 복지 수혜자의 증가와 경제성장 둔화로 인한 높은 실업률은 복지재정의 수요를 급속히 증대시킴으로써 재정적자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것은 결국 기업과 개인의 조세부담을 가중시킴으로써 경제활동의 저하를 초래, 국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유념해야만 한다.
요컨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위기와 IMF의 강압에 의한 정리해고 등으로 속출할 대량실업에 대한 대책으로 실업급여의 지원정책을 졸속으로 마련할 경우 그것이 자칫하면 불합리하고 방만한 복지정책으로 정착함으로써 오히려 국가재정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높다.
현정부나 신정부 인수팀은 실업대책으로 고용안정기금을 증액하고 실업급여조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올해 실업자가 100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보고 4조5,000억원의 고용안정기금을 조성, 현행법상 평균임금의 30일분 내지 120일분만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60일 내지 180일로 연장하며 실업급여 수급자격의 발생시점도 현재의 근속 1년에서 근속 6개월로 완화하여 수혜대상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실업급여 대책은 IMF의 강압에 의하여 정리해고제 및 근로자 파견제 도입을 입법화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노조측의 강한 반발과 저항을 무마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가 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사례에서 볼 때 실업문제는 실업급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실업후의 재취업을 목표로 한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 및 훈련을 강화하면서 근로시간 단축, 인력 재배치, 일의 분할, 창업훈련 및 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성장 없이는 어떠한 실업대책도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 선진국들의 경험에서 찾을 수 있는 교훈이다. 경제성장의 주역이 기업인 만큼 기업경영의 안정대책이 바로 실업대책이라는 사실을 중시해야만 한다. 물론 정부는 도산 폐업 정리해고 등으로 발생하는 실업자와 올해 45만명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경제활동인구를 흡수하기 위한 대책으로 금년중 2,000개의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기업체당 최고 3억원의 창업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의 실패율이 미국의 경우에도 50% 이상이란 사실을 감안할 때 벤처기업 육성이 실업을 흡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기존기업들의 도산과 폐업을 막을 수 있는 대책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15일 노사정위원회가 발족되었고 여기서 정리해고 등에서 오는 실업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국민협약(또는 사회협약)을 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한 협약이 고통을 분담하면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활력이 되었으면 하는 염원은 간절하다. 다만 그러한 국민협약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실업급여대책과 더불어 기업의 경영안정을 위한 가시적 및 현실적 대책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국민협약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우리는 새로운 노사정 협력의 문화를 조성하는 계기를 만들어야만 한다. 정리해고제 도입을 앞두고 예상되는 노조의 강한 저항을 무마하기 위한 임기응변의 대응책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IMF구제금융은 우리 경제나 복지정책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에는 전화위복의 기회라고도 말할 수 있다. IMF가 아니었다면 논의조차 할 수 없었던 정리해고 등을 다루게 될 노사정위원회 같은 협의기구가 설치되고, 국민협약을 마련할 수 있었겠는가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민협약제도가 국내외 경제환경의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해가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고 삶의 질을 세계화하는 국민복지증진의 기반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선진화된 미래사회를 구현해 가는 발전의 기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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