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희망향한 고통나누기” 호소/국민과의 TV대화­DJ의 메시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희망향한 고통나누기” 호소/국민과의 TV대화­DJ의 메시지

입력
1998.01.19 00:00
0 0

◎“빚얻어 이자갚기도 어려운 현상황/노사정이 한발씩 양보 돌파구 찾자”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18일 저녁 국민과의 TV대화에 담은 메시지는 「희망을 향한 고통나누기」였다. 오늘의 현실은 어둡고 괴롭지만, 국민 모두가 국난 극복과 고통분담에 나서면 내일의 한국은 강하고 번영할 것이라는 공동운명체론이었다.

김당선자의 메시지는 그러나 단순히 국민의 애국심에 매달리는 충정론만은 아니었다. 경제위기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리고 그 위기의 원인을 진단, 정부 기업 근로자 등 각 부문이 해야 할 일들을 적시한 국정 프로그램이었다.

우선 경제위기 실상에 대해 김당선자는 국가부도 직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국가부도는 겨우 면했고 국제신인도도 회복추세이지만, 외환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얘기였다.

경제위기의 심각성은 『당선후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다』『피투성이 상황』『빚 얻어 이자갚기도 어려운 처지』라는 김당선자의 탄식에 잘 드러나 있다. 김당선자가 밝힌 경제실상은 일부 외신이나 국제신용평가기관이 내린 「사실상 파산(technical default)」이라는 분석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진 원인을 김당선자는 민주주의의 미비, 국민 감시체제의 부실이라고 단언했다. 민주정치의 상실은 곧 정경유착 구조의 고착을 초래, 경쟁력 약화와 경제위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국가 상부구조의 총체적인 무책임 무능 부패를 파탄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그중에서도 시시각각 다가오는 외환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에 1차적인 책임을 돌렸다. 김당선자는 『나라 살림이 거덜났는데도 정부는 선진국 진입,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외치며 허풍을 떨었다』며 분노의 감정까지 표출했다.

그렇다고 정부만이 과오를 떠안아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었다. 정경유착 부패 재벌경영을 방치한 여야 정치권과 대기업 그리고 과소비를 부추긴 일부 계층 등 모두가 「유죄」라는 시각이었다. 상부구조의 공동책임론이었다.

이런 진단을 토대로 나온 처방전은 고통분담과 대화합이었다. 처참한 IMF체제의 돌파는 국민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아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당선자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병행, 정부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경유착을 타파하겠다고 역설한 것도 국민 모두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서였다. 이는 정치적 측면에서는 대야관계를 타협과 순리에 두겠다는 시사로 풀이된다.

김당선자는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고통분담의 출발점을 노사정 대화합에 두고 있었다. 김당선자는 『새 정부하에서는 어느 한 계층만이 고통을 전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김당선자는 『지금의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정부와 대기업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대기업이 먼저 조직개편, 구조조정 등 자기쇄신에 나서야만 노동계도 정리해고를 받아들일 수 있으며 그래야만 나라가 살 수 있다는 절박한 호소였다. 『지금의 위기는 「불행한 얼굴을 하고 나타난 행복」인지도 모른다』는 역설에서 국정기조가 「내일을 향한 오늘의 고통분담」에 두어질 것이라는 방향성이 엿보였다.<이영성 기자>

◎“고통도 과실도 다같이 나누자”

■여는 말=아직도 위기는 지나지 않았습니다. 물가고와 기업의 도산 등 어느 가정도 피해를 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국민이 겪을 고통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김영삼정권 출범 당시 우리 외채는 4백억달러였습니다. 지금은 1천5백30억달러로 늘었고 보유외화는 1백억달러도 될까말까 합니다. 한마디로 피투성이의 나라가 됐습니다. 여기에다 매년 이자가 1백50억달러가 붙습니다. 이렇게 된데 국민은 책임이 없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나라를 살려야겠다고 금붙이와 달러를 모으고 있습니다. 나라의 일을 망쳐놓은 책임자는 따로 있는데, 국민은 나라 살리겠다고 나선 것을 보면 안타깝고 안쓰럽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닫는 말=대화를 마치면서 두가지 심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저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을 보니 가슴 아픕니다. 국민 여러분이 역사의 주인이 돼서 반드시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도 확인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 닥친 어려움에 대해서 원망도 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뜻이 있어 저에게 이런 어려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중반부터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정부도 기업도 노동자도 고통분담에 동참해 주십시오. 나라가 잘되면 과실 분배에도 동참시키겠습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외자를 유치해 나라 살림살이를 제대로 하겠습니다. 세일즈하는 대통령으로 우리경제를 살리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