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고백·강한의지 신뢰감/“벼랑끝위기 체감” 새 각오다져/“고위층부터 고통분담” 주문도/노동계 “재벌·정부 개혁선행” 주장18일 밤 국민들의 눈과 귀는 TV와 라디오를 통해 전국에 중계된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국민과의 대화」에 쏠렸다. 김당선자가 우리나라 외채규모와 올해 경제전망 등을 설명하며 『찬밥 더운밥 가릴 수 없게 됐다』 『모든 가정이 고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자 앞으로 닥칠 고통에 대비해 각오를 새로이 해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국민과의 대화」는 외채현황과 물가고, 정리해고, 중소기업 부도사태 등 심각한 사안에 질문이 집중돼 시종 진지한 분위기속에 진행됐지만 김당선자가 특유의 위트를 섞어 자신감있게 답변해 방청석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잇따랐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차기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국민들에게 경제현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위기극복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데 대해 『어려운 시기를 국민들과 함께 이겨나가겠다는 의지를 읽었다』고 평가하고 『현경제난국을 하루 빨리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선자가 오늘 국민앞에 약속한 내용들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고계현 정책부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사상처음으로 국민대표자가 국민과 직접 대화함으로써 공개민주정치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현 위기의 원인제공자중의 한 핵심인 정당이나 국회 등 고비용 정치개혁에 대한 언급이 미흡했던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국민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국난극복의 에너지를 결집하려는 당선자의 자세는 매우 전향적』이라며 『그러나 미국의 사례를 내세워 정리해고 도입의 불가피성을 강변한 것은 잘못된 현실인식이고 정리해고에 앞서 정부와 재벌의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숭실대 김장권(42·정치외교학) 교수는 『당선자가 요청한 각계의 고통분담은 현 위기타개를 위해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추진해야할 사안』이라며 『정부의 무능, 정경유착, 관치금융, 전근대적 재벌경영 등 현 경제난국의 주요 원인을 근절하고 민주주의를 정착하겠다고 밝힌 것에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주부 유혜경(30)씨는 『당선자가 근로자들에게 고통을 전담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서민들의 고통은 이미 시작된 반면 재벌이나 일부 부유층들의 자기희생노력은 미진한 느낌』이라며 『서민들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실업자대책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체인 (주)삼아전자 대표 인중식(64)씨는 『당선자가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지만 현재 파탄지경에 빠진 중소기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정책이 제시되지 않아 아쉽다』며 당선자와 중소기업대표들과의 다각적인 대화를 희망했다.<이동국·정진황·김동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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