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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채협상단에의 당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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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채협상단에의 당부(사설)

입력
1998.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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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던 일이지만 올해 우리가 갚아야 할 외채가 이자만 150억달러(약 2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결과는 충격적이다. 이를 악물고 외채규모를 줄이지 못하면 빚을 얻어 이자를 갚아야 하고, 그 빚이 자꾸만 쌓여 자손 대대로 빚더미에서 헤어날 수 없는 비참한 지경에 빠지게 된다는 얘기다. 기가 막힐 일이다.총외채는 지난해 말 기준 1,530억달러로, 국제채권은행단이 상환기간을 연장해 주는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12∼15%의 초고금리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원리금 상환액은 2000년대 초까지 매년 200억∼3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엄청난 외채를 갚자면 대규모 무역흑자를 내야 하지만, 요즘같은 초고금리 아래서는 수출확대는커녕 기업이 잔명을 보존하기도 힘든다.

정부의 작년 무역수지 잠정추계는 80억달러의 적자다. 올해는 흑자를 낼 계획이지만, 잘 해서 20억달러를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물며 200억달러를 수출로 해결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우리가 금융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국내 민간금융기관의 단기외채 탓이다. 총외채 중 60%가 이 악성 단기채다. 하루가 바쁘게 만기가 도래하고 있는 이 은행 빚을 도저히 제때에 처리할 수 없어 우리는 지금 외국채권은행들에 상환을 연장해 달라고 매달리고 있다. IMF구제금융도 급하지만 위기돌파의 핵심은 바로 이 단기채 처리에 달려 있는 것이다.

JP 모건 등 미국은행들은 바로 이 약점을 노려 민간기업이나 금융기관이 꿔 온 단기채를 정부보장의 초고금리 장기국채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그 비싼 이자로는 도저히 빚을 갚아 나갈 수 없게 된다. 민간기업 빚을 국가가 떠안는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엊그제 방한한 서머스 미 재무부 부장관은 이 안을 그대로 받을 것을 정부측에 요구했으나, 유럽이나 일본계 은행들의 생각은 다르다. JP 모건은행처럼 고금리의 장기상환국채로 돈장사를 하기보다는, 우선 조건 없이 상환을 연기해 숨을 돌리게 한 뒤, 신용평가에 따라 합리적으로 이자율을 조정하면, 원리금 상환도 순조롭고 대출선도 계속 확보할 수 있으니 서로에게 좋은 일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문제가 된 단기채 비율을 보면 유럽은행이 35%로 제일 많고, 일본이 30%, 미국은 10%밖에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의 초점은 단일 은행으로 제일 채권이 많은 JP 모건은행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는 데로 모아진다. 오는 21일 뉴욕에서 열릴 국제채권은행단과의 협상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늘 현지로 출발하는 우리 대표단에게는 유럽, 일본은행들과 연대해 어떻게든 이자율을 낮추고 상환조건을 유리하게 이끌어 내지 않으면 안될 무거운 짐이 지워져 있다. 결과가 잘 못되면 영원히 빚더미 나라로 몰락하고 만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협상에 임해 주기 바란다. 과거에 종종 그랬던 것처럼 행여 대표단 내부의 공다툼이나 책임 떠넘기기로 일을 그르치는 일은 제발 없기를 당부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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