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공공요금 인상 러시 속에 2월1일부터 약과 의료용품 값이 각각 15%와 50% 정도 대폭 인상된다. IMF한파 이후 한달여 사이 깊게 주름진 가계가 더욱 옹색해질 것이 분명하다. 약값 등의 인상은 소요량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 왔던 약품원료나 의료용품들이 환율상승으로 수입이 어렵게 된데다 얼마 후면 국내 재고량도 바닥날 형편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16일 현재 수술봉합용 실과 1회용 주사기는 앞으로 1개월, 진단용 시약은 1.5개월, 방사선 필름은 2개월, 그리고 수술용 고무장갑은 각각 3개월분밖에 남지 않았다고 복지부는 밝히고 있다. 더욱이 일반약국에서는 항생제등 기본약품조차 품귀현상을 빚고 있어 병원은 물론 일반수요자들에게 불안과 불편을 주고 있다.
약품원료나 의료용품의 원활한 수입과 제조, 공급을 위해서는 현재의 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이는 결국 환자들의 의료비 인상으로 이어져 그만큼 부담을 더 안겨주게 된다.
이처럼 의료비를 한꺼번에 대폭 인상키로 한데 대해 다음 두가지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첫째 IMF사태 이후 환율급등등 경제여건의 변화나 추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분석할 수 있었던 당국이 과연 제대로 제몫을 다했느냐 하는 점이다. 복지부는 며칠전 병원들이 운영난을 호소해 옴에 따라 보건진료비의 개산불제도라는 것을 시행해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게 했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발길마저 뜸해져 어려움에 처한 병원들이 진료비를 앞당겨 청구하면 대신 지불해 주는 이 제도를 이용, 600억원을 긴급지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제약회사들은 아직껏 이 자금의 혜택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제약회사가 7개나 부도로 쓰러진 것은 당국의 사태파악이나 행정지도 기능에 문제가 있었음을 말해 준다.
둘째 일부 제약회사나 의료용품 수입사를 포함한 약국들의 판매기피, 사재기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점이다. 15일까지도 소비자단체등에는 이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제보, 고발등이 계속 접수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당국의 지도나 단속이 소홀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당국의 철저한 지도나 단속과 업계의 반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가 없다.
흔히 말하는 복지사회의 기본요건은 사람이 병났을 때 값싸고 쾌적한 환경에서 불편없이 치료받는 것이다. 의료복지는 바로 이를 바탕으로 움직여야 한다. 환율급등으로 업계가 몸살을 앓는데도 이를 도외시한 당국, 위기에 대처할 능력을 갖추려고도 하지 않은 채 쉽게 포기해 버리는 업계, 기회있을 때마다 판매기피나 사재기를 일삼는 약국들의 자세는 바로 이같은 의료복지의 기본자세를 저버린 것이다. 모두 이번 약값 파동등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