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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은 거대한 눈밭/헬기서 본 설란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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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은 거대한 눈밭/헬기서 본 설란현장

입력
1998.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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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아/덮인 마을 묻힌차들 “고립무원”/무너진 비닐하우스 폐허 방불【강릉=박일근 기자】 『백호. 헬기에서 내려다본 눈덮인 태백산맥 준령은 누워있는 하얀 호랑이의 등줄기 그대로였다』

이틀동안 맹렬하게 내리던 눈이 멎은 16일 상오 정찰비행을 위해 강원 원주기지를 이륙한 육군헬기의 조종사 정종모 소령은 강원 영동지방 일대의 광경을 이같이 전했다.

헬기가 이륙 30여분만에 대관령휴게소 상공에 도달했을 때 여전히 이곳에는 1백여대의 차량들이 눈을 뒤집어 쓰고 서 있었으나 일단 도로소통이 부분재개된 탓인지 차밖으로 나와다니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그러나 이곳에서 동해쪽으로 내리뻗은 영동고속도로는 눈에 덮여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았다. 간혹 눈에 띄는 제설차, 견인차들과 점점이 서있는 차량들을 어림짐작으로 연결해서야 간신히 도로의 모양을 그릴 수 있을 정도였다.

한국도로공사는 전날인 15일 하오 9시부터 대관령정상에서 강릉방면과 횡계방면의 승용차, 고속버스의 통행을 허용, 고립된 차량들을 빼냈다. 그러나 도공은 영동고속도로 상행선은 구산휴게소에서, 하행선은 평창군 상진부에서 화물차와 체인 미착용 차량을 계속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고속도로의 사정은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제설작업이 고속도로에 치중되면서 국도는 아직 제설작업을 착수조차 못한 곳이 대부분이어서 곳곳에 차량들이 그대로 눈속에 파묻힌 채 버려져 있었다.

무인도처럼 고립된 채 정적에 잠겨있는 주변 산골짜기 독가촌의 집들은 눈밭에 봉긋 솟은 모습이 마치 공동묘지를 방불케 했다. 요란한 헬기소리가 반가운듯 몇몇 주민들이 창문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손을 흔들었으나 지붕까지 쌓인 눈때문에 밖으로 나올 수는 없었다. 간신히 집을 빠져나온 몇몇 청년들은 서로의 집들을 연결하는 눈터널을 뚫느라 여념이 없었다.

태백준령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자 엄청난 피해현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태백시 함태초등학교의 3백평쯤 되어보이는 체육관 지붕이 눈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졌고 인근 평창과 정선군 일대 곳곳에서 비닐하우스들이 폐허로 변해 있었다.

강원재해대책본부는 이밖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등을 비롯, 수백개의 고립마을과 이재민이 발생하고 버섯재배사, 축사, 화훼단지 등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으나 천지가 완전히 백색으로 변해버려 일일이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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