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유물 되살리는 ‘첨단의술’/녹제거후 경화처리/파편붙이고 수지막 씌우면/찬란한 본래 모습 재생90년 경남 합천 옥전M4고분에서 발굴된 가야시대 철제오리장식. 오리모양의 틀 주변에 쐐기형 돌출물을 붙인 이 장식물은 발굴 당시만 해도 도무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각종 유기물과 미생물, 지하수의 침투로 얇은 철판이 부식돼 거의 흙더미와 한덩어리가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유물이 현재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살아난 것은 보존과학 처리를 거친 뒤였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은 우선 이 유물에 거즈를 붙여 바닥의 흙과 함께 떼어왔다.
먼저 X선 촬영으로 유물의 상태와 형태를 파악한 뒤 표면에 붙은 이물질과 악성 철녹을 제거했다. 특히 철 내부에서 부식을 촉진시키는 염소 음이온은 알칼리용제로 녹여냈다. 이어 유물을 진공백에 넣고 경화제용액을 주입했다. 오래된 금속유물은 내부가 스폰지처럼 되면서 탄성을 잃고 푸석푸석해지기 때문에 경화처리를 해서 유물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경화제 용액을 주입한 뒤 진공백을 벗기면 기압차로 금속 내부에서 용액을 빨아들이면서 유물의 상태가 안정된다. 이어 수십 조각으로 떨어져나간 파편을 붙이고 손상된 부분을 복원하고 마지막으로 새로 부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 표면에 천연 또는 인공수지로 얇게 막을 씌웠다.
20일부터 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문화재와 보존과학 97」 전시회를 계기로 유물의 보존처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안병찬 보존과학담당관은 『보존과학은 다 죽어가는 문화재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것으로 사람으로 치면 외과수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제강점기 황해도 평산에서 출토됐다가 이번에 보존처리를 마친 통일신라시대 철제금은입사호등(금은으로 문양을 새긴 철제 발걸이 마구)의 경우 육안으로는 전혀 알 수 없는 꽃무늬와 하트형 장식물 등을 완전히 복원해냈다.
왕궁리 5층석탑에서 출토된 국보 123호 금동불상의 경우 발견 당시 불상 전체에 고운 진흙과 청동녹이 뒤섞여 두껍게 덮여 있는 상태여서 처음에는 청동불상인 줄 알았다. 그러나 청동녹제거용액과 초음파진동세척기로 이물질을 제거하자 찬란한 광채를 발하는 금도금과 얼굴에 새겨진 채색선이 드러났다.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왕비의 나무베개나 경남 창녕 교동 11호분에서 발굴된 가야시대 철제고리칼은 적외선 촬영을 통해 명문이나 상감문양을 찾아낸 경우이다. 또 국립광주박물관 앞뜰에 전시되고 있는 고려청자가마처럼 발굴지(전남 강진군 용운리)에서 유적을 통째로 옮겨오기도 한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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