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경영권이점 작년 신청 40배 늘어/채권은 부실화 등 부작용… 조건강화해야기업들의 화의신청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이후 고금리와 자금경색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화의를 「최후의 생존수단」으로 채택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기업들의 화의신청은 10월 기아그룹이 화의를 신청하면서 늘어나기 시작,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11월이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법원집계에 따르면 96년 총 9건에 불과했던 화의신청 건수는 지난해 11월말 현재 전국적으로 201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3분의1에 해당하는 68건이 11월중 신청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재 집계가 진행중이지만 12월중에는 140건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한해 화의신청 건수는 전년도에 비해 40배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들어서도 보성그룹, 나산그룹, 금강공업, 신진건설, 금강정공, 경북콘크리트, 크라운제과 등이 화의를 신청했거나 신청할 예정으로 있는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이미 30∼40개에 달하는 거래기업들과 화의절차를 진행중이다.
화의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자금난과 고금리에 따른 것이다. 15일 화의를 신청한 나산그룹 안병균 회장은 『현재와 같은 금리를 부담하고는 살아남을 기업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15일 화의를 신청한 크라운제과의 경우처럼 수입원료가격상승이 큰 타격이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에 몰리기 전에 자진해서 화의를 선택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본지 12월30일자 10면 참조) 경영주로서는 법정관리와는 달리 경영권을 유지한 상태에서 채무상환이 상당기간 유예되고 상환금리도 우대금리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대폭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상경영의 가능성이 있거나 법정관리가 오히려 바람직한 경우까지 모두 화의로 몰림에 따라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아의 경우처럼 결국 법정관리로 넘어가거나 파산절차를 밟게 돼 금융기관들의 부실만 대형화·장기화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우려에 따라 정부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조흥은행 위성복 상무는 『기업인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전부를 잃을 것을 우려, 화의로 몰리고 있다』며 『법정관리신청기준은 강화하되 불가피한 흑자부도로 인한 법정관리시에는 기존주주의 경영권을 일부 인정해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화의에 대해서는 조건을 강화하고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 금융권의 지적이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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