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1월17일 새벽 일본 효고(병고)현 남부 고베(신호) 니시노미야(서궁)시 일대를 대지진이 휩쓸고 지나갔다. 나중에 「효고현 남부 대지진」으로 이름붙여진 이 지진은 자연재해의 무서움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고가도로가 옆으로 드러눕고 대형빌딩이 무너져 내리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은 무력할 수 밖에 없었다. 6,300여명의 목숨이 사라졌고 4만여명이 다쳤다. 절반 이상 무너져 내린 집만도 20만호가 넘었다. 그런 악몽같은 대지진 3주년을 앞두고 일본언론은 채 가시지 않은 피해지역의 고통을 전하기에 바쁘다.
「도로가 완전히 복구됐고 새 빌딩들이 줄지어 들어서 고베의 큰길에서 지진의 상처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나가타(장전)구 등에는 3년전의 상처가 여전하다. 불길에 그을린 공터가 곳곳에 널려 있어 옛생활을 되찾지 못한 사람들, 피난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많음을 전해주고 있다」
「가설 주택에는 한때 4만6,600세대가 살았으나 지금은 2만5,300세대로 줄었다. 남은 사람들은 돈빌릴 능력조차 없는 영세민이 대부분이고 그것도 노인 부부나 혼자 사는 노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정들었던 이웃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노인들의 외로움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재앙이 그저 고통만을 안겼던 것은 아니다. 대지진을 겪고 난후 일본의 지진 대책은 한결 공고해졌다. 수도권의 철도와 교량, 고가도로의 보강 작업이 끝나 고베를 때렸던 진도7의 대지진에도 견딜만 하게 됐다. 대형건물은 단순히 지진에 견디는 「내진」 수준을 넘어 제어컴퓨터를 이용해 아예 흔들림 자체를 조절하는 「제진」설비를 갖춰가고 있다.
지난 10일 중국 허베이(하북)성에서도 큰 지진이 일어났다. 가운데 끼여 있는 한반도만 안전지대일 수 있을까. 3년전 일본 대지진의 주범은 바로 「과거 지진의 채 아물지 않은 상처」인 활성단층이었다. 지난해 한때 월성 원전 주변의 활성단층 문제로 잠시 국내가 시끄러웠지만 금세 조용해졌다. 1년에 한번쯤은 꼭 자다가 놀라 깨는 도쿄(동경)가 오히려 지진에 무관심하고, 따라서 아무런 대책도 없는 서울보다는 안전하다는 생각조차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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