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찬란하고 황홀한 인드라망을 마음에 그린다. 인드라(제석천)는 하늘의 신이며 태양신이다. 동시에 비를 불러 대지를 적시며 우리에게 풍요의 행복을 가져다 주는 천둥번개의 신이기도 하다. 그 인드라의 궁전을 장엄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인드라망이다. 인드라망의 낱낱 그물 코마다 무수하게 영롱한 구슬을 달았는데 하나의 구슬에 다른 구슬이 비치고 이것이 다시 다른 구슬에 비치고 또 이것이 먼저의 구슬에 비치는, 이렇게 무한히 서로 반사하여 마침내 한 구슬에 일체가 투영되고 일체가 나타난 구슬이 다시 한 구슬에 비치는 찬란하고 신비한 그물이다.이것은 「하나」와 「모두」가 밀접하고도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짐과 동시에 하나의 작용이 전체의 작용에 영향을 주고, 역시 전체의 작용이 하나의 작용에 영향을 준다는, 하나와 모두의 관계가 끊임없이 상즉상입한다는 진리를 인드라망의 황홀한 광경으로 빗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화엄사상의 핵심인 연기의 가시적 모습이다. 모든 삼라만상이 서로 의지하며 조화로운 관계를 맺을 때, 그 때 홀연히 이 고통의 사바세계가 행복의 극락세계로 변모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연기의 내용은 비단 불교만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고, 모든 종교 철학 과학 예술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보편적인 인생관이요, 세계관이다. 우리는 가장 쉬운 예로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연상하면 된다. 관현악의 모든 악기가 제대로 올바른 소리를 낼 때 이들이 어울려 장엄하고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어낸다. 인드라망이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보여주는 찬란하고 황홀한 상태가 바로 원융무애(만법이 골고루 융통하여 막힘이 없음)의 대조화가 아닌가.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국가의 위기상황은 오래 전부터 예고되어 있었다. 그 결정적 첫 징후가 바로 3년전에 일어난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건물의 어이없는 붕괴였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한국호라는 거대한 배의 침몰을 예고하였음을 한국인들은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근대화라는 기치아래 산업사회에 큰 변혁이 일어나 세계가 주목하는 고도성장을 이룩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교육에서는 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하며 혼란에 빠졌기에 미래의 꿈나무인 청소년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겨왔다. 현재의 교육과정에서는 그들은 전혀 상상력을 발휘하거나 철학적 사고를 할 겨를이 없다. 또한 산업화에 따라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의 파괴는 급속도로 진행되어 국토의 황폐화를 초래하였다. 우리 국민은 왜 그리 사려가 깊지않은가. 경제성장에만 편중된 나머지 교육·문화는 늘 불균형과 부조화 속에서 불협화음을 내며 모든 행위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 결과로 바로 경제적 파탄에 이르지 않았는가.
불교에서는 인드라망의 비유로 이상세계를 내세우면서, 한편 육상원융론으로 그걸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삼라만상에는 모두 여섯가지 모양이 있는데 이를 집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전체로 보아 한 집을 관찰하는 것을 총상이라 하고 집을 기둥, 지붕, 대들보 등으로 차별하여 부분적으로 관찰하는 것을 별상이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낱낱 차별이 같은 목적을 향하여 조화를 이루어 하나로 통일되어 집이 되는 것을 동상이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낱낱이 제각기 서로 다른 고유한 기능을 잃지않아 기둥은 수직을 이루고 들보는 횡을 유지하여 서로 다른 본분을 지키는 것을 이상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마치 기둥과 들보가 서로 의지하여 집을 이루는 것 같이 낱낱이 서로 의지하여 동일체를 이루는 것을 성상이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낱낱이 기둥과 들보가 그 본분을 잃을 때 집이 허물어지는 것을 괴상이라 한다. 이 여섯가지 모습이 서로 조화를 이루었을 때 훌륭한 집이 이루어짐을 육상원융이라하는 것이다. 이 역시 각 분야에 있어서 적재적소에 사람이 앉고 제 몫을 다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리키는 것이니, 이 원리는 사회·국가의 존망에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위기를 당하여 우리는 무엇보다도 상상력을 살려 인드라망을 마음에 떠올리고 육상원융의 원리를 깊이 생각하여 인생관과 세계관의 확립을 꾀해야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파탄이 이미 먼저 일어났기에 눈에 보이는 징후로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고 그 원인을 밝혀 고치지 않았기에 마침내 국가전체가 위기를 맞게 된 것임을 이제 우리 국민은 깨달을 때가 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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