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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와 숙정/이성철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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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와 숙정/이성철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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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강제퇴직은 정리해고다. 그러나 공무원의 감원은 숙정으로 부른다. 똑같이 타의에 의한 실직이라도 근로자는 「당연하게」 정리해고당하는 반면 공무원은 「부당하고 억울하게」 숙정당하는 것이다.국제통화기금(IMF)시대에 신분·고용불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하나도 없다. 언제 자신의 책상이 없어질지 모를 기업체 근로자들은 물론 공무원들조차 정부조직개편과 맞물려 감원공포에 술렁대고 있다. 80년 신군부시절이후 18년만에 대숙정설까지 관가에 나돌고 있다.

실망스러운 점은 정리해고에 관한 정부의 이중적 잣대다. 정부는 정리해고를 IMF시대 개혁의 정수이자 경제위기탈출을 위한 지고선으로까지 보고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절실하다는 정리해고를 몸소 실천할 의지는 정부 어느 곳에서도 찾기 어렵다. 「남이 하는 연애는 스캔들이고 자신은 로맨스」란 말처럼 근로자에게 감수하라던 당연한 정리해고는 공무원 자신들에겐 억울한 숙정의 논리로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왜 남에게는 하라고 하면서 자신은 안되는 것인지 설명조차 없다.

정리해고가 경영합리화와 구조조정을 위한 것이라면 그 도입 필요성은 정부가 민간기업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국정에 비용·생산성개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나라전체를 부실화시킨, 크고 비효율적인 공공부문 인력을 지금 이대로 둘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가 제살을 깎는 아픔을 보이지 않고서, 또 숙정의 궤변으로 스스로의 정리해고를 외면하면서 어떻게 재벌에게 팔다리를 자르고 근로자들에게 밥줄을 놓으라고 설득하겠는가.

법으로 보장된 공무원 신분안정은 그 탈정치성을 위한 것이지 상황과 능력에 관계없이 평생 국록을 먹을 권리를 준 것은 아니다. 부처간 밥그릇싸움으로 전락하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작업도 과감한 인력감축을 포함, 혈세의 낭비를 제거한다는 철학의 바탕위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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