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관리체제를 맞아 새삼 부쩍 회자되는 단어가 「투명성」이다. 외국인들은 한국 기업의 경영이나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치 못하다고 불만이다. 투명성은 통계나 회계등 각종 지표들이 현실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느냐 하는 「숫자의 진실」문제로 귀착되는 경우가 많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국민들은 통계나 회계상 숫자를 대충 끼적거려도 된다는 악습이 통했다. 과거 군대생활 시절 사단장이 바뀌면 자체 측정하는 훈련 평점을 60점 근처까지 뚝 떨어뜨렸다가 매달 2∼3점씩 나아지는 것처럼 평가하던 시절도 있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소위 「적당주의」 문화였다. ◆외국인들은 한국 기업의 대차대조표까지 못 믿겠다고 타박한다. 그동안 관행과 용인이 겹쳐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을 우리는 인정해야 할 처지다. 통계나 원칙에 입각한 논리 전개보다 감, 정서, 이해관계에 얽힌 억지가 더 큰 힘을 발휘한 사례가 분명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분야 실력자 주룽지(주용기) 부총리는 최근 베이징(북경)의 한 세미나에서 『통계가 정확지 않아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통계조작을 용납지 않겠다』고 질타했다. 중국도 경제의 투명성을 뒷받침할 통계 문제로 고민중임을 시사한다.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무성하다. 기구 축소와 기능 재편이 다각도로 논의되고 있다. 차제에 통계청의 위상에 대해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겠다. 국가통계는 정보화시대의 기본 데이터로서 공공 기능을 갖는다. 규제혁파, 간섭축소의 일률적 칼로만 재단해야 할 지 잘 따져봐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