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340525/서울서 만나는 옛장터 ‘그맛’/종로 뒷길 좁은 한옥골목/가마솥서 끓여내는 장국과 쇠고기 석쇠구이의 별미/고향의 맛과 향수를 느낀다서울 한복판, 패스트푸드점과 옷가게들이 촘촘히 이어지는 종로 2가 한쪽에 이색 진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인사동이지만 YMCA 뒷골목은 그냥 종로 2가로 통한다. 골목 안으로 몇 걸음 들어가면 두 사람이 겨우 비켜갈 정도로 좁은 길에 납작한 한옥들이 추녀 끝을 맞대고 있다. 몇해 전만 해도 20여 채 되던 한옥이 하나씩 헐려 이제는 10여채만 남았다.
골목 안 첫집 시골장터 국밥집. 마당에 걸어놓는 여섯 말들이 큼직한 솥에서는 옛 장터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국이 부글부글 끓고 있어 향수가 물씬 풍겨난다. 여기서 가장 반듯한 한옥 네 채를 담을 헐어내 「ㄷ」자, 「ㄱ」자로 들어앉은 집의 추녀 밑을 미로처럼 연결해 한집처럼 쓰고 있다. 5∼6명이 둘러앉으면 알맞은 방이 20여실 가깝게 쪽마루를 따라 이어진다.
서울사람은 서울사람대로 옛날 종로 한옥골목을 누비며 다니던 향수에 젖게되고 시골이 고향인 사람도 대문을 밀고 들어가 마당 한쪽에 걸린 가마솥을 보는 순간, 고향집 장터의 정취를 아련히 떠올리게 된다. 십수년 덧바른 벽에 등을 기대고 따끈한 온돌에 발을 뻗고 앉으면 어느새 옛날로 되돌아간다.
시골장터 국밥집은 장국밥과 쇠고기석쇠구이가 전문이다. 안주거리로 다른 음식도 몇가지 내지만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이 두가지만 찾는다. 그만큼 국밥과 석쇠구이가 별미다. 맛뿐만 아니라 향수가 하나 더 얹혀나오기 때문이다. 맛과 향수 속으로 동시에 빠져드는 것이다.
주인은 경북 안동이 고향인 이숙기(62)씨. 어릴 적 안동 시내 삼산동에서 장터국밥을 팔던 「대중식당」의 딸이다. 어머니 오아남씨로부터 물려받은 장국밥 솜씨는 고향에서도 알아주던 터였다. 90년 가을 서울로 옮겨와 종로에 터를 잡았다. 처음에는 한옥 한 채로 시작했던 것이 그 사이 네 채가 이어진 것만으로도 그 맛을 짐작하고 남는다. 한식은 무엇이든 만들 때 손이 많이 가고, 먹고 난 뒷손질 또한 만만치 않다. 어지간히 억척스럽고 타고난 천성이 넉넉치 않고서는 이만큼 성공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여섯 말들이 솥과 두 말들이 솥 두 개가 항상 설설 끓고 있는데 「뻘건」장국을 휘휘 저어 따끈하게 데워놓은 뚝배기에 푹푹 퍼주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입안 가득 군침이 돈다. 그런 장면을 종로 한 가운데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석쇠불고기는 쇠고기를 곱게 다져 조선간장에 참기름과 마늘, 후추와 고춧가루양념에 무쳐 꼭꼭 재워 놓았다가 석쇠에 굽는다. 석쇠를 손에 들고 요리조리 뒤집으며 연탄불에 굽는데 양념도 흐르지 않고 끄슬리지도 않는다. 노릿노릿하게 꼬득꼬득 구워 먹기에도 깔끔하다. 석쇠구이 하나에 공기밥을 두 개 주문하면 석쇠불고기 백반이 된다. 장국밥 4,500원, 술국 3,500원, 석쇠불고기 1만3,000원. 1호선 종각역에서 5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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