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주부로서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을 매일 실감한다. 작은 애(세살)는 이웃집에 양육비를 내고 맡기고 큰 애(네살)는 어린이집 종일반에 맡기고 있다. 서둘러 가면 큰애가 어린이집 버스로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하오 5시 50분께, 내가 직장이 끝나는 시간이 5시. 아이를 제때 맞을 수 있지만 퇴근 임박해서 상사의 호출을 받거나 회의가 길어질 때도 많다. 이때 우리 아이를 맞아 저녁까지 먹여주는 일을 이웃 아주머니들이 기꺼이 해준다. 반찬도 나눠먹고 휴일이면 나도 이웃집 아이들과 외식도 하며 「열어놓고」 살고있다.<정혜옥 34·양문출판사 편집실장·서울 도봉구 창동> ○작은애 입원때 큰애 돌봐준 옆집 정혜옥>
지난해 일이다. 돌이 갓 지난 둘째아이가 한밤중에 열이 나고 토하기 시작했다. 마침 남편이 출장중이라 어찌 할 바 몰라 허둥대다가 병원 응급실에 가기 위해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었다. 5살 큰 아이를 데리고 갈수도 없고 혼자 둘수도 없어 난감해 하다가 용기를 내 아파트 옆집 문을 두드렸다. 할머니와 맞벌이부부가 사는 그 집과는 평소 인사나 하고 지내던 정도. 사정을 얘기했더니 기꺼이 아이를 맡아주겠단다. 작은아이를 입원시키고 병상을 지키느라 다음날 아침이나 돼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작은 아이가 입원해 있던 일주일동안 옆집 할머니가 없었더라면 서울에 친척도 없는 우리는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김미영 33·주부·서울 성동구 길동>김미영>
◎이럴때 이웃이 밉다/자동차 긁어놓고 끝까지 오리발
따로 차고가 없어 집 옆 좁은 골목에 차를 주차해두는데 최근 차때문에 이웃과 얼굴 붉힌 일이 있었다. 지난해 말 친하지는 않지만 얼굴을 아는 동네 사람이 내 차를 살짝 긁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조심해서 운전하지 않는 것을 항의했더니 부득부득 자기가 긁지 않았다고 우겨 별 것 아닌 일로 파출소에 신고까지 했던 적이 있었다. 이웃이라 「미안하다」는 한마디만 했으면 서로 좋았을 일인데 인심이 각박하다는 것을 절감한 경험이었다.<민종현 40·부산 서구 동대신동>민종현>
○집앞에 쓰레기 봉투 몰래 버릴때
우리집은 길모퉁이에 자리잡고있다. 오래된 주택가라서 이웃들과도 다들 친하게 지낸다. 그런데 쓰레기 종량제가 된 이후로 골칫거리가 생겼다. 밤이 새고나면 대문가에 누군가가 쓰레기 봉투를 버리고 가는 것이다. 어느날은 낡은 찬장까지 대문앞에 버려져있어 청소부가 나한테 이런걸 그냥 버리면 어떡하냐고 막 화를 내기도 했다. 너무 속이 상해서 하루는 밤새 지켜봤는데 마침 골목길 맞은편 셋방사는 청년이 맥주캔 등이 든 봉투를 집앞에 놓고가는 걸 목격했다. 다음날 점잖게 꾸짖었지만 그 청년인지 또다른 이웃인지 아직도 남의 쓰레기 봉투가 널려있는 것을 종종 보게된다. 내 집앞이 깨끗한 걸 원하면 다른 사람도 그걸 원한다는 것을 헤아려야하지 않을까. <한경분 62·서울 영등포구 대림동>한경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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