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구조개선법 개정안이 이달안으로 임시국회를 통과할 것이 확실해짐에 따라 산업전반의 정리해고 사태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노조측이 국난 돌파의 대의를 위해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기로 했고, 정부와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측도 이 위원회에서 노동과 고용문제에 대한 근로자 쪽의 주장을 충분히 반영키로 한발씩 양보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자칫 극한대립이 우려되던 긴장국면이 이로써 한숨 돌리게 된 것은 우선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양측은 또 산업전반에 적용될 정리해고 법안도 면밀한 협의를 거쳐 2월 국회에 상정하기로 대체적인 합의를 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봉급생활자 전체의 생계에 영향을 미칠 이 법안을 다루는 데도 이같은 타협의 자세가 지켜져 모두를 위한 최대공약수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금융기관 정리해고법이 통과되면 먼저 제일 서울 두 은행과 업무중지중인 14개 종합금융사, 동서 고려 두 증권사, 신세기투자신탁회사 등 19개 부실금융기관이 이달 하순부터 정리해고에 들어갈 수 있다. 정리해고 외에도 전직 휴직 직급조정 파견 배치전환을 임의로 할 수 있게 된다.
국제금융자본의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대전제를 이해하면서도 노조가 이 법안에 한사코 반대해 왔던 것도 이처럼 근로자가 신분변동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사태를 어떻게든 막아 보기 위한 노력이었다. 금융계 정리해고는 어차피 전산업으로 확대될 것이므로 첫단계에서 밀리면 돌이킬 수 없는 쪽으로 가고 말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과거 이런 일이 악용된 사례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근로자 쪽의 우려는 타당하며, 정부는 그들을 안심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금융기관을 비롯 모든 산업체가 법규에 부여된 권리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당국이 부지런히 지도하고 철저히 감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실직근로자 사회보장을 위한 예산이라면 특별계정을 용인하겠다는 캉드쉬 IMF총재의 약속도 있다. 불가피하게 발생할 실업자에 대해서는 경제회복 후 재취업 때까지 생계가 보장돼야 한다. 그 일은 이제 정부와 김당선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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