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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만의 재벌총수 모임/이종재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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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만의 재벌총수 모임/이종재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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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4월14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전경련회관 2층 회의실. 전경련 회장인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물론 삼성 이병철 회장과 럭키금성 구자경 회 장등 내로라하는 그룹총수들이 모였다. 특히 삼성 이회장은 7년동안 전경련회의에 일절 나타나지 않다가 이날 모임에 참석, 관심을 모았다.당시는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발족되기 직전으로 사회 전분야가 경직될대로 경직돼 있었다. 경기는 침체돼 있고 수출이 안돼 기업의 부도가 줄을 이었다. 부정축재자에 대한 단죄의 여론도 있었고 특혜금융시비를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날 회의에서 총수들은 『경제안정을 위해 재계가 합심하자』는 요지의 결의를 발표했다. 그해 8월에는 기업인의 가족들이 근검절약에 앞장서고 기업주는 주말과 공휴일에 근로자와 대화의 시간을 가져 경제회생 분위기를 높여 나간다는 다짐도 있었다.

오늘(15일) 재계총수들이 전경련에 모인다. 경제가 어렵기는 80년 당시와 다를 것 없다. 다르다면 참석자들이 대부분 2세로 바뀌었고 첫 여야정권교체로 정치 사회적 민주화가 크게 진전된 것이랄까. 이번 모임 역시 재계의 다짐이 목적이다.

사실 재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의 첫 대상으로 지목됐고 그때마다 총수들은 「각오와 다짐」을 내놨었다. 문어발 경영을 하지 않고 중소기업과 협력하며 전문경영인체제를 갖추겠다는 내용들이었다. 물론 새정권측의 강한 요구가 있었다. 그러나 수차례의 약속중 현재 지켜진 것은 거의 없다. 계열사는 오히려 늘어났으며 「황제경영체제」는 더욱 단단해졌다.

15일 총수모임에 국민적인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계열사를 줄이고 부동산을 매각하며 경영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등 수차례 밝혔던 내용들이 최소한 이번 모임에서는 한단계 진전하지 않겠느냐는 희망이다. 『나중에 말뿐이었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보다 구체적인 행동계획들을 담을 것』이란 재계 관계자의 말에 기대를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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