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시대에 가장 자주 거론되는 단어중의 하나가 「고통분담」이다. 최근 서민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단어이기도 하다.물가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기름 값은 열흘이 멀다 하고 오르고 밀가루에서부터 설탕 어묵 콩나물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생활용품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서민들은 현재의 경제난국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아직도 정확하게 잘 모른다. 그저 그동안 낭비요인이 많았고 어려운 시기에 고통을 분담하자고 하니까 허리띠를 졸라매고 묵묵히 따르느라 허리가 휜다.
요즘 도심교통이 한결 원활해졌다. 기름값 인상으로 자가용을 집에 두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휴일이면 텅 비었던 아파트단지 주차장도 움직이지 않는 차로 만원이다.
택시운전기사나 식당 등의 업주들도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이다. 일부 택시운전기사들은 현재 추진중인 요금인상마저 손님이 크게 줄어들 것을 걱정해 반대하고 나설 정도다.
기업들도 구조조정에 안간힘을 쏟고 있고 정부는 새 정권의 개혁안에 따라 기구개편과 군살빼기가 한창이다.
그러나 정작 사회 전반의 구조조정의 정점에 있는 정치권에서는 「고통분담」이란 단어에 걸맞는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선진국들에 비해 배나 많은 국회의원수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여론을 들은척도 않고 있다. 세비를 반납하자거나 줄이자고 나서는 의원도 없다.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5월7일로 예정돼 있고 공직자 사퇴시기는 불과 20여일을 남겨두고 있지만 지방자치조직 개편은 여야간 논의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IMF체제 아래 「고통분담」에 정치권이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현재의 국난을 극복하는데는 정치권이 소매를 걷어붙여야 한다. 아직도 대선결과에 따른 흥분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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