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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가면 겨울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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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가면 겨울이 즐겁다

입력
1998.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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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교·의암호 주변따라 얼음물에서 낚아올린 싱그런 빙어/25일까지 겨울의 멋을 뽐낼 춘천 눈·얼음 축제/연인들의 밀어로 추위녹이는 정감있는 분위기의 카페도 좋다춘천에 가면 겨울이 즐겁다. 새봄 꽃향기를 맡으며 경춘가도를 달리는 맛도 그만이고, 삽상한 가을 아침 물안개 피어오르는 북한강변의 정취도 좋지만 겨울 춘천은 다른 계절과는 또 다른 낭만을 준비하고 있다.

겨울 춘천이 좋은 가장 큰 이유. 얼음물에서 막 잡아올린 빙어의 산소 같은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춘천엔 12월부터 2월 초까지 빙어낚시꾼들이 몰려든다. 유명낚시터는 소양 1교와 세월교, 의암호 주변. 찬물에 사는 빙어는 12월 중순부터 소양호 상류에 얼음이 얼기 시작하면 서서히 올라온다. 낚시꾼들의 발길이 바빠지는 때다. 낚시꾼들이 즐겨찾는 세월교(일명 콧구멍다리)는 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몰려든 사람들로, 겨울엔 새벽부터 차를 몰고 온 빙어 낚시꾼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그리 춥지 않아 얼음낚시의 묘미를 만끽할 수 없지만 「꾼」들은 여유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낚시꾼들은 두터운 점퍼에 목도리를 칭칭 감고, 모자를 눌러써 중무장을 했지만 준비물은 의외로 단촐하다. 낚싯대 하나와 좌대, 소주 한 병, 초장이면 된다. 곱은 손을 녹이기 위해 가스버너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새끼손가락만한 크기의 빙어를 건져 올리는 대로 초장에 찍어 한입에 넣고 소주 한 잔을 털어 넣는다. 뼈가 연해 그냥 씹어 먹는다. 빙어는 날것으로 먹는 것이 제격이지만 튀김도 맛있다. 세월교 주변 횟집에서 빙어튀김과 빙어회를 맛볼 수 있다. 한 접시에 1만5,000원.

매년 1월 중순부터 열리는 춘천 눈·얼음축제는 동장군도 녹일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10일 막오른 삼천동 수변공원(중도 배터)을 중심으로 한 「춘천 눈·얼음축제」는 25일까지 계속된다. 눈얼음 조각 경연대회에 참가한 얼음 조각 작품들이 공원주변에 전시돼 은빛 얼음나라를 꾸민다. 갖가지 모양의 얼음 조각 사이로 눈썰매를 타고 팽이를 돌리는 재미도 색다르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눈·얼음축제는 이제는 춘천시민 뿐만 아니라 서울사람에게도 알려져 춘천국제마임축제(5월), 인형극축제(8월)와 함께 문화도시 춘천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자녀들과 함께 눈·얼음축제를 찾은 경기 성남시 분당에 사는 주부 김인숙(38)씨는 모처럼 걱정을 잊어버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려운 때이므로 경제적으로 즐기자는 생각에 가까운 춘천을 찾았다. 『아이들도 걱정을 참 많이 해요. 「엄마, IMF인데 아끼면서 살아야죠」하면서 점심도 사발면으로 때워도 별 이야기를 안 하더라구요』 기차를 처음 타본 아이들은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느라 추위를 느낄 겨를이 없다.

춘천에는 추운 겨울을 녹여줄 수 있는 분위기있는 카페가 많다.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있는 공지천의 이디오피아(0361­52­6973)를 비롯, 소양댐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황토마을(0361­242­2269), 위도 뱃터의 저녁놀(0361­52­1010), 소양1교 남단부근의 뜰(0361­55­9046), 소양강 근처의 봄시내(0361­243­7750) 등 이름처럼 정감있는 분위기에 넉넉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카페 순례를 하며 공지천과 중도, 춘천어린이회관 등을 들러봐도 좋다. 지방 소도시의 정감과 흥겨운 축제가 기다리는 춘천, 청량리역에서 새벽 6시27분 경춘선 「첫 차를 타면 북한강 물안개의 환영을 받으며 춘천으로 갈수 있다.<춘천=김미경 기자>

◎맛있는 집/명동 닭갈비·본바닥 막국수 입맛 유혹

춘천을 찾는 사람은 누구나 명동 닭갈비골목을 찾는다. 닭갈비골목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조양동이지만 춘천에서 가장 번화한 곳에 자리잡아 춘천시민이나 서울사람 모두 「명동」이라고 부른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보로 20분 거리(1.3㎞), 춘천역에서는 시내버스로 10분 거리(2.5㎞)에 있다.

춘천에서 닭갈비요리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양축업과 도계업이 번성했기 때문이다. 70년대 초 조양동을 중심으로 닭갈비집이 들어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않던 대학생과 화천·양구등 인근 부대에서 휴가 나온 군인들에게 인기를 얻게 됐고 그 명성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오늘날 춘천의 명물이 된 것. 당시 닭갈비 한대 값은 100원. 「대학생갈비」 「서민갈비」라는 이름은 그때 붙여졌다. 춘천 닭갈비의 매력은 독특한 양념맛과 푸짐한 양. 연기를 잔뜩 피워 올리며 시끌벅적하게 먹는 분위기도 한몫 한다. 명동 닭갈비골목에는 원조격인 우미닭갈비(0361­53­2458)와 복천닭갈비(0361­54­0891)가 유명하다. 강원대 후문 근처 솔터닭갈비(0361­241­7734), 후평동 먹자골목의 우성닭갈비(0361­54­0053)도 맛을 자랑한다. 뼈없는 닭갈비는 7,500원, 뼈있는 닭갈비는 6,000원. 2인분을 시키면 셋이서 넉넉히 먹을 수 있고 사리나 공기밥을 시켜 볶아 먹어도 된다.

막국수도 빠질 수 없다. 소양댐으로 가는 길목 윗샘밭의 샘밭막국수(0361­242­1712)에서는 씁쓸한 막국수의 제맛을 맛볼 수 있다. 이종락(82) 할머니와 며느리 최영희(63)씨에 이어 아들 조성종(28)씨가 3대째 운영하고 있다. 『이 집에서 태어났고, 제가 태어나던 70년에 막국수집을 열었어요. 손님들이 모두 20년이 넘는 단골입니다. 밤중에도 손님이 문 두드리면 할머니께서 군말없이 국수를 말아내시던 게 생각납니다』 「막국수집 막내아들」로 자란 조씨는 「대를 잇는다는 생각 이전에 어려서부터 늘 보아오던 일을 당연히 하는 것」으로 느낀다고 말한다. 막국수 3,000원, 순두부 2,000원, 편육 6,000원, 감자전 3,000원. 아래샘밭의 시골막국수(0361­243­0833), 문예회관 입구의 춘천막국수(0361­54­2232), 후평동 사거리의 부안막국수(0361­54­0654)도 춘천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춘천=김미경 기자>

◎‘춘천을 알리는 사람’ 이명묵씨/“춘천 알고싶으면 전화해주세요”

서울 은평구 천사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이명묵(44)씨. 그에게는 사회복지사외에 또 다른 명함이 있다. 「춘천을 알리는 사람」. 명함만 보고는 이씨의 고향이 춘천이라고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이씨의 고향은 서울. 그런 그가 「춘천을 알리는 사람」을 자처하고 나선 것은 왜일까.

『92년 춘천으로 이사와 정붙이고 산 지 6년 됐습니다. 서울에 직장이 있어 춘천역을 오가며 역 앞에서 난감해하는 여행자들을 참 많이 봤습니다. 막상 왔지만 어디 가서 뭘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춘천하면 그래도 잘 알려진 곳인데 말입니다』

춘천을 제대로 알리려는 그의 노력은 지난 봄 발간한 「춘천, 지금 우리는 경춘선을 탄다」라는 춘천여행 길라잡이책으로 결실을 맺었다. 춘천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4년여의 시간을 들였고 가장 멋진 풍경을 찾아 수만장의 사진을 찍었다. 이제 그는 춘천토박이 보다 춘천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이 됐다. 『춘천은 다른 어떤 곳보다 매력이 많은 도시입니다. 춘천 사는 사람은 그 매력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 매력을 십분 살린다면 세계적인 어떤 도시보다 멋진 곳이 될텐데 말입니다』

이씨에게는 포부가 하나 있다. 마임공연을 위한 천막극장을 마련하는 것. 『5월에 마임축제가 열리지만 공연을 늘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 첫 시작으로 마임연기자 유진규씨와 함께 한림대 후문앞 카페 「섬」 2층에 마임 상설공연 무대인 「마임의 집, 몸」(0361­53­0747)을 마련했다. 2월 첫째 주부터 매주 토요일 하오7시 「섬」을 찾으면 마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춘천이 다른 도시보다 살갑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씨같은 이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춘천을 새롭게 알고 싶은 사람은 그에게 전화하면 된다. (02)383­0743,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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