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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당선자­4대그룹 총수 대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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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당선자­4대그룹 총수 대화록

입력
1998.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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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당선자/“노동자 피해 최소화해야”/구본무 회장/사재투자 당연히 해야 하는것/정몽구 회장/정리해고는 기업 마지막 수단/이건희 회장/구조조정,우리사활 걸린문제/최종현 회장/결합재무제표 국제관행 어긋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4대 그룹 총수의 조찬 회동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1시간30분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그러나 회동을 마친 총수들의 표정은 비교적 밝았다. 총수들은 김당선자측으로 부터 개인 재산의 기업투자 등 고통분담 요구를 받고, 『하지 말라고 해도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회 귀빈식당 원탁 테이블에는 김당선자로 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 이건희·SK 최종현 회장, 자민련 김용환 부총재·박지원 당선자 대변인, 김중권 비서실장, 자민련 박태준 총재, LG 구본무·현대 정몽구 회장이 자리잡았다.

다음은 김당선자의 모두발언 이후 박대변인이 전한 비공개 대화의 내용.

박총재=(대기업 총수들에게 대기업의 구조조정에 관한 김당선자측의 입장을 정리한 자료를 넘겨주면서) 우리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내용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정상적, 상식적 방법으로 출발하자는 것입니다. 기업들이 과다한 차입경영을 하고 있는데 미국은 부채비율이 1백50%, 일본은 2백%를 초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저도 대기업 총수들과 개별적으로 만나 기업특성을 충분히 토론할 것입니다.

김부총재=자료는 국제적으로 요구하는 것들입니다. 이제 대기업이라도 국내은행에서 차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게 됐습니다. 대기업도 국제금융시장에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등 5가지 구조조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새정부는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특별법을 만드는 등 모든 규제를 없앨 것입니다. 이번 주말께 워싱턴과 뉴욕에 갈 계획입니다. 뉴욕 금융시장에서 설명하기 위해서는 5가지 문제에 대한 자료를 내놓아야 합니다. 노동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도 이것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김부총재는 이 대목에서 외환사정을 대기업 총수들에게 자세히 설명).

당선자=노동자들을 설득하고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여러분들이 앞장서 주셔야 합니다. 기업총수들이 자기자신의 재산을 주식투자를 위해 내놓도록 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은 기업총수들이 사유재산으로 부정축재를 했다고 재산환수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아래서 그런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정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노동자들을 설득하고 국제적 신인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신정부와 기업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새롭게 출발하는 동지입니다. 기업인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책임도 있습니다.

구회장=당연히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의가 없습니다. 그러나 종업원들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김부총재=기업의 구조조정에 관한 계획서는 미국 방문전까지 제출해야 합니다.

정회장=정리해고는 기업에서도 마지막 방법으로 하려는 것입니다. 절대 앞장서서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작업시간도 줄이고 때로는 월급도 줄이는 등 노동자들을 안고 가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선자=좋은 말씀입니다. 기업이 임금을 감봉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등 최대한 양보해 노동자의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합니다.

이회장=지금 내놓은 안들은 4∼5년 전에도 나왔다 들어간 것들입니다. 이제는 안하면 안되는 것들입니다. 정부의 문제를 떠나 우리 스스로 사활이 걸려 있으니 하지 말라고 해도 해야 되는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을 안하면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선자=참 좋은 말씀입니다.

김부총재=대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는데 필요한 각종 규제를 앞장서 철폐하도록 하겠습니다.

최회장=요구하신 것은 모두 IMF의 요구사항이기 때문에 1백% 동의합니다. 상호지급 보증 문제는 20대그룹은 이미 준비해 왔습니다. 은행에서 자금을 차입하면서 상호지급보증을 요구해도 안했습니다. 20대를 넘는 기업이 문제입니다. 은행에서 요구해 상호지급보증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재무제표의 투명성과 관련해서는 외국은 연결재무제표를 요구하고 있고 새정부는 결합재무제표를 요구하고 있어 외국 관행과 차이가 있습니다. 국제규격에 맞도록 해야 합니다. 정리해고는 최후의 방법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선자=다시 한번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최대한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외국투자를 유치하려면 정리해고를 하지 않을 수 없으나 나는 40년간 노동자와 동지관계에 있던 사람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나처럼 노동계의 지원을 많이 받은 후보도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관권을 휘두르지 않을 것입니다. 청와대에 들어가더라도 여러분들과 자주 만나겠습니다. 기탄없이 모든 것을 상의해 주십시오.<신효섭·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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