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과일 등 대체사용 늘어고환율 시대에 고급 양식당에 불똥이 떨어졌다. 각종 식재료의 수입가가 뛰어 올랐지만 불황에 음식값을 올리기도 힘들게 된 호텔 양식당이나 대형 양식당들은 재료비를 낮추기 위해 수입 식재료 대신 우리 농산물로 대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구하기 힘든 수입 재료를 써야 하는 요리는 아예 메뉴에서 없어지기도 했다.
서울 르네상스호텔의 경우 수입 아스파라거스가 1㎏에 1만 4,500원으로 오르자 1㎏에 1,000원인 국산 청경채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샐러드용으로 사용하는 수입 서양 야채 앤다이브도 1㎏에 2,000원이나 올라 국내산 치커리로 대체됐다. 르네상스호텔 양식당 「노블레스」 이인성(38) 과장은 『키위 오렌지등 수입 과일은 귤 사과로 바꿔서 주문을 받고 있다』며 『당장은 메뉴를 바꿀 수 없어 고객들에게 우리 농산물이 든 음식을 권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11∼12월 두달간 특선요리로 선보였던 바닷가재요리는 수입가가 오른 후에도 환율이 오르기전 가격에 「울며 겨자 먹기」로 내놓아야만 했던 적이 있었다. 밀가루 가격이 오르자 3개 이상 제공해온 빵도 2개로 줄였다.
롯데호텔 프랑스 식당 「쉔브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미국산 스테이크용 쇠고기를 한우로 대체했으며 소스에 사용되는 수입 호두기름 포도씨기름 식초등은 직접 만들어 쓰기로 했다. 주방장 이병우(42)씨는 『고급 프랑스 요리의 하나인 거위간요리는 주재료를 바꿀 수 없어 아예 주문량을 줄였다. 또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캐비어나 송로버섯도 다른 것으로 대체하거나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고 말한다. 식재료의 30%를 수입해 왔던 쉔브룬에서는 올해는 수입재료의 비중을 20%까지 줄일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삼성플라자의 양식당 「캑터스」에서는 개장때 선보인 메뉴중에 맛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환율때문에 수입 식재료의 가격이 엄청나게 뛰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산 피자치즈와 프로슈토햄을 넣은 피자는 우리나라산 치즈와 소시지를 넣은 피자로 메뉴가 바뀌었다.
국수를 수입해야 하는 태국식 국수인 패드타이도 메뉴에서 빠지고 스파게티와 잡채를 이용한 메뉴로 대체됐다. 소스도 이름을 바꾸었다. 방콕 그릴드 치킨 요리에서 사용되는 수입 소스인 레드칠리소스는 우리나라 고추를 이용한 스파이시 칠리 소스로 대체됐다. 책임주방장 양진곤(38)씨는 『환율이 올라 수입 식재료를 우리 농산물로 바꾸게 되었는데 오히려 고객들의 반응이 더 좋다』며 『이참에 우리 입맛에 맞는 양식요리를 개발할 생각』이라고 말한다.<노향란 기자>노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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