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에 감춰진 역사와 문화 추적설탕 한 알갱이는 모래알만큼이나 작다. 그러나 거기 담긴 생산과 소비의 역사, 문화적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설탕은 그저 단맛을 내는 물질에 그치지 않고 한때 권력의 상징이었다. 17세기 중엽까지만 해도 설탕은 유럽에서 희귀상품에 속했다. 만병통치약, 향신료로도 통했다. 왕실과 귀족, 부자들은 설탕으로 위세를 자랑하고 특권을 과시했다. 설탕이 대중화한 것은 19세기 중엽. 고기나 버터 살 돈이 없는 가난한 노동자들은 설탕으로 칼로리를 보충했다. 유럽인들이 설탕에 푹 빠지는 동안 서인도제도에서는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들이 사탕수수밭에서 중노동에 시달렸다.
미국 인류학자 시드니 민츠(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설탕과 권력」에서 이처럼 설탕에 감춰진 역사와 문화를 추적한다. 「설탕의 인류학」인 셈이다. 그는 특히 17∼19세기 영국의 설탕 소비역사에 초점을 맞춘다. 설탕의 생산과 소비과정이 어떤 문화적 의미를 낳았으며 그것은 다시 어떤 사회적 변화를 일으켰는지 많은 자료를 동원해 흥미롭게 설명한다.
이 탁월한 저서의 가치를 생경한 번역이 다소 떨어뜨려놓았다. 『아메리카는 경작할 땅으로 충당되느라 인구가 줄었으며 아프리카는 그것들을 재배할 인력에 충당되느라 허덕였다』 등. 김문호 옮김. 지호 발행, 1만4,000원.<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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