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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노동조합/노­사 ‘버티기’보다 힘 ‘보태기’ 시급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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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노동조합/노­사 ‘버티기’보다 힘 ‘보태기’ 시급한 때

입력
1998.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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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코앞에 두고 고통전담 강요땐 파국/3자나서 양측화해 필요한국경영자총협회는 8일 긴급 확대회장단 회의를 갖고 기업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정리해고 요건 완화를 포함한 구조조정 특별법을 늦어도 다음달까지 제정해줄 것을 촉구했다.

같은날 민주노총은 중앙위원회를 열어 밤샘 회의를 벌인 끝에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법 도입 결사 저지,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총파업 불사」방침을 공식 확정했다. 한국노총 또한 노·사·정협의기구 불참과 정부·재벌의 고통분담 솔선수범 등을 촉구하는 긴급성명서를 7일과 8일 잇달아 내놓았다.

노·사 양측 모두 IMF 난국 극복의 열쇠는 노사협력과 화합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이를 위해 각자 제몫의 고통을 기꺼이 나누어 가지겠다는 다짐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노·사 화합의 징후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상호불신의 벽만 높아지고 있다. 경제의 두 바퀴가 초장부터 불길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러다간 노·사·정 사회적 합의는커녕 판 자체가 깨져버리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노총 김종각 선임연구원. 『최근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노동자들에게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고통전담」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정리해고가 안되면 금방이라도 기업이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진짜 재무구조 개선을 할 생각이면 큰 돈이 되는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 계열사 처분 노력이 순서다. 망하기 직전이라면서 개인 재산은 한푼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노동자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기 이전에 먼저 성의있는 해고회피 노력과 살을 깎는 자구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최근 노동계와 차기 정부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재벌 총수 재산의 사회헌납요구에 대해 재계는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는 것인데다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을 저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고려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계의 투명한 경영공개와 경영참여 요구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석원홍 노사협력부장은 『생존권이 달린 노동계의 절박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최근 경제위기는 노동시장의 과도한 경직성,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 등에도 원인이 있다. 적자가 나는데도 노조의 거센 요구에 밀려 임금을 올려줄 수밖에 없었던 그간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 양측의 「네탓이오」 공방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눈초리는 차갑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산하 경제정의연구소 문승광 사무국장은 『양측의 버티기 싸움은 국가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너무나 위험천만한 도박』이라고 지적한다.

『지금은 서로 밀고 당길 때가 아니다.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제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최소한 당분간이라도 서로 힘을 보태야 한다. 양측 모두 국지전에 힘을 소모하다가는 공멸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만약 노·사가 서로 힘을 보태는 지혜를 보이지 못한다면 시민·언론·학계 등 여론의 힘을 동원해서라도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망하는 것은 노·사뿐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 모두이기 때문이다』<황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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