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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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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8.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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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자로편에 이런 대목이 있다. 자로가 『위의 임금이 선생님께 정치를 맡긴다면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하고 묻자 공자는 『반드시 명분을 바로잡겠다』고 말한다. 자로는 할 일도 많은데 겨우 그런 것부터 하느냐고 되물었다가 핀잔을 당한다. ◆공자는 명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게 전달되지 못하고 일이 성취되지 못하고 형벌이 바르게 시행되지 못하고 백성들이 손발 둘 곳이 없게 된다고 점층적으로 지적했다. 공자는 이어 『말로써 전달된 이상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 군자는 말에 조금이라도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가르쳤다. ◆말이 바르게 쓰이지 않는 것은 충이 아니고 신이 아니다. 그래서 위정자들이나 새로운 집권자들은 국민들로부터 충과 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늘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려 한다. 앞 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자 할 때에는 국민대통합을 위한 새로운 정치적 구호나 슬로건이 더욱 필요해진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의 명칭을 여론조사와 공모를 통해 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삼정부가 사용해 온 문민정부는 군을 경시하는 어감이 있으므로 국민대통합의 의미를 담은 명칭을 새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수입된 문민이라는 말은 김영삼정부의 무능과 겹쳐 의미가 퇴색하고 말았다. ◆각하라는 호칭사용을 금한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첫 회견에서 『친애하는…』이 아니라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이라고 말했다. 재벌이라는 말도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고 쓰지 못하게 했다. 말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말을 바로잡는 일은 중요하다. 우리 주위에 바로잡아야 할 말은 참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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