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은 3일 오전 산하단체장들과 신년하례를 가졌다. ○○○공사 사장은 3일 임직원들이 모인 가운데 경제살리기 실천 결의대회를 가졌다. ○○○공단 이사장은 IMF시대의 임직원 의식강화를 위한 특별교육을 실시한다.신문사 여론독자부에 팩시밀리로 쏟아져 들어오는 홍보물의 내용이다. 한 장 보내서는 성이 차지 않아 두 장, 세 장 계속 보내고 다시 한번 전화로 『꼭 부탁드린다』고 「확인사살」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집요하게 동정기사를 실은 끝에 마침내 「한 자리」하게 된 이도 있다는 얘기가 「무용담」처럼 떠돌기도 한다.
물론 장관이나 공사 사장, 정부 산하단체장등의 움직임은 기삿거리이다.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나라의 운명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침을 우리는 IMF구제금융을 받는 과정에서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러나 장관이 산하단체장과 신년하례를 갖는 일은 국민이 알아야 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임직원들을 모아놓고 결의대회를 하는 것 역시 그들끼리 하면 될 일이다. 무엇보다 공무원들은 장관의 당부가 아니라도 피나는 자기반성으로 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
팩시밀리 용지는 수입펄프로 만들어진다. 장관 비서실 혹은 공보실의 전화는 국민의 세금으로 요금을 치른다. 직원들 역시 장관 개인의 홍보를 위해 고용된 인력이 아니다. 미국의 고어부통령은 집무실 전화를 민주당 헌금을 부탁하는 개인용도로 썼다가 호된 곤욕을 치렀다.
IMF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제도와 구조의 개혁만이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리고 우리가 두번 다시 이같은 수모를 겪지 않기 위해 실천해야 할 일은 실질과 효율, 합리의 정신을 통한 의식의 개혁이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개혁을 하지 못해 미국인들에게 등을 떼밀리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공무원은 맡은 바 임무에만 충실하면 된다. 나라야 어찌되든 내 밥그릇만 챙기면 된다는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관리는 사라져야 한다. 맨날 예산타령이나 하면서 다음해에 예산이 축소되지 않도록 말짱한 도로를 뒤엎는 비효율적인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IMF쇼크가 이쯤 해서 온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자조적인 얘기가 IMF구제금융보다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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