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통에 뿌리 둔 신명난 민속놀이와 연회 주민 모두가 참여케 해 일체감 심어주는 행사로”무인년 새해가 시작되고 머지않아 봄소식과 함께 새로운 정권이 출범한다. 심각한 경제위기로 나라전체가 위축된 상황이나 우리 민족은 나라가 어수선하고 생활하기 힘들 때 서로 힘을 모아 위기를 잘 극복해왔다. 소규모 지방축제는 지역주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훌륭한 매개체이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최근에는 향토축제들이 300여종에 이르고 있다. 향토축제란 원래 상고의 제천의례를 이어받은 민간의 마을굿(도당굿 별신굿 풍제)으로 대표적인 예가 강릉의 단오굿이요, 동해안 일대에서 행해지고 있는 별신굿이다. 오늘날 전국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향토축제에는 이같은 전통적인 마을굿의 대동놀이의 전통에서 비롯된 본래적인 의미에서의 향토축제 뿐만 아니라 특정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가 많고 심지어 금산인삼제, 진영단감제 등과 같이 지역특산물과 관련된 축제도 있다.
오늘날 행해지고 있는 향토축제의 대부분은 70년대 중반이후 생겨난 것들이며 그것도 마을축제의 전통에서 벗어난 관례적 행사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향토축제란 원래 마을사람들에 의한 민간주도의 행사였으나 근래에 와서는 단절된 문화복원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관주도형의 향토축제도 생겨났다. 그러나 이 경우 행사비용은 관에서 지원하되 가능한한 관은 행사를 주도하지 말고 뒤에서 돕기만 하고, 그 고장의 사람들이 주관하는 축제로 육성해야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시대이지만 아직도 우리의 의식은 관존민비의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오늘날 도시의 축제는 음악과 스포츠가 대종을 이루고 있으나 향토축제는 본질적으로 그 지방사람들이 참여하는 의례였다. 신에게 풍년을 빌고, 곡식의 성장을 빌고, 추수를 감사하는 의례를 행한 후의 신명나는 놀이판이었다. 그리하여 씨름 널뛰기 그네뛰기 윷놀이 줄다리기 연날리기 강강술래 백중놀이 답교놀이 차전놀이 지신밟기 물놀이 등 민속행사가 필수적인 내용이었다.
향토축제가 활성화하려면 그 지역전통에 바탕을 둔 축제여야 하며 지역주민 모두가 그 지역 고유의 전통적 민속놀이와 연회에 참여함으로써 신명을 되찾고 주민들이 서로 일체감을 확인하게 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 여러나라에 각종 축제가 있지만 자기네의 전통문화를 가장 성공적으로 계승한 예가 일본의 마스리(축제)라고 한다. 일본의 마스리는 어림잡아 그 수만도 3,000개를 헤아린다고 한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그 지역의 신앙중심처인 신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우리의 향토축제도 기본적으로는 민속놀이를 필요로 하는데 오늘날 뿌리없는 향토축제가 되고 특성이 없는 형식적인 행사를 위한 행사로 되어가고 있다. 물론 이런 것은 근대화과정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향촌의 구조적인 변화와 개편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전통의 상실과 뿌리가 없는 도시생활이 앞으로의 우리생활의 패턴이 된다면 우리문화의 행방이 심각하게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국제화시대를 맞아 향토축제의 새로운 전통 창출을 위한 시도로써 지난해 시작된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 97」을 들 수 있겠다. 경북 안동시의 이웃인 하회동은 민속촌으로 지정된 마을로, 그곳에서 대대로 이어오던 별신굿은 1928년의 별신굿을 마지막으로 중단되었지만 별신굿때 모셔졌던 하회탈들은 국보 제121호로 지정되었고 별신굿탈놀이는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되어 계승되고 있다. 안동시는 이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중심으로 전국 14개 탈춤단체와 외국팀 3개단체를 초청하여 안동시와 하회마을에서 지난해 10월1∼5일 탈춤페스티벌을 열었다. 행사는 탈춤공연과 워크샵, 세계탈전시회, 민속축제등을 병행하였다. 앞으로 이 행사가 매년 계속되어 명실공히 국제적인 규모의 향토축제로써 정착하기를 바라며 몇가지 고언을 드리고자 한다.
우선 관주도행사에서 민간주도행사로 이끌어가야 하며 국제행사로 발전시키려면 해외의 민속페스티벌에 대하여 좀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준비하여 나가야 한다. 지금 70여개국이 가입한 국제민속축전기구협의회가 있어 우리나라도 80년에 회원국이 되었고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때에는 이 기구를 통해 10여개국 외국민속단체를 초청해 축제를 가졌다.
국제행사라면 적어도 6개국 이상의 민속단체가 참가해야 하고 이 기구를 통하면 민속공연단체를 교환할 수 있게 되어있다. 앞으로 한국위원회의 협조를 얻어 국제탈춤행사로서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