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당선자“정리해고 불가피성 모두 알아”/캉드쉬“사·정 솔선수범하면 노도 성의”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12일 일산자택에서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와 오찬을 함께 하며 재정적자 및 예산긴축 문제, IMF체제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의 진행상황등을 협의했다.
캉드쉬 총재는 오찬에 앞서 김당선자와의 단독 면담을 요구, 2층 서재에서 15분간 배석자 없이 만났다. 이에 앞서 임창렬 부총리도 30분간 김당선자에게 별도의 보고를 했다. 오찬에는 박태준 자민련 총재, 임부총리, 김용환 자민련 부총재, 유종근 전북지사와 IMF측의 나이스협상단장, 브라우니 대변인이 배석했다. 캉드쉬 총재는 이날 상오 9시께 에어프랑스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 방한목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사·정 대표들과 만나 정리해고 등 한국 노동계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국가들에 대한 IMF의 처방이 가혹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 질문 자체가 나에게 가혹하다』고 받아넘겼다.
다음은 대화록.
캉드쉬=한국인의 IMF에 대한 시각이 변해야 한다. 개혁조치를 IMF가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한국은 IMF가 오기전에 먼저 개혁으로 나갔어야 한다. 우리는 한국을 번영의 길로 이끈다는 생각으로 돕고 있다.
김당선자=한국인은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노동계도 상당수가 IMF 요구의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노동계가 정리해고 문제를 양보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기업에 대해 먼저 개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도 좋은 조건을 받기 위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정리해고가 불가피한 우리상황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캉드쉬=(지난 대선에서)두 노동조직중 한 조직만 지지했다는데….
김당선자=그런 것까지 알고 있느냐(웃음).
캉드쉬=노동계와 정치권의 관계에는 어려운 선택이 많다. 노동계가 편지를 보내 성실한 고통분담을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에서 솔선수범하면 성의를 다할 것으로 알고 있다.
김당선자=먼저 대화에 응해야 한다. 새정부는 공정한 조건하에서 합의를 추진할 것이다. 대화에 응하지 않는 것은 공정한 조건이 아니다.
캉드쉬=고통분담을 정부측에서는 실천할 것으로 알고 있다. 은행은 어려워지면 주주들이 손실을 입는 것으로 돼 있다. 기업측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김당선자=먼저 투명성을 밝혀야 한다. 노동자들은 기업주들이 재산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우리 기업을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상호지급 보증으로 잘되는 기업까지 망하게 하면 더 어려워진다. 결합재무제표로 기업의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알게 해야 한다. 나는 특별히 미워하거나 좋아하는 기업이 없다.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국민에게 부담이 되고 나는 이런 기업을 지지할 수 없다.
캉드쉬=전적으로 동의한다. 4명의 미국 상원의원이 편지를 보내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도우면 안된다고 요구했지만 무시했다. 누가 손해, 또는 이익을 보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경제를 위해 한국을 도우려한다.
김당선자가 2년이내에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믿는다. 3년 임기가 더 남을 것인데,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김당선자=서울대학 시험보다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제일 좋고 싼 물건을 세계시장에 팔 뿐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에게 사다가 주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는 외국 투자가들의 파라다이스같은 나라가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교육·문화수준이 높아 첨단 산업을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북한과 정경분리 원칙아래서 경제 협력을 하면 북한의 노동력으로 남한의 경쟁력 없는 기업도 살릴 수 있다.
캉드쉬=북한이 취임도 하기전에 비난했는데 경제적 협력이 가능한가.
김당선자=그렇게 심한 비난을 하고 있지 않다. 북한은 아직 나에 대한 정책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나를 반독재 투사로 선전했기 때문에 당선 자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북한은 우리 금융위기에 고무돼 오는 3, 4월에 파업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노동계를 선동하고 있다. 그러나 3, 4월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국제 신인도를 제고하느라 남북관계에 대해 여력이 없다. 남북대화도 북한이 나서면 응하고 나서지 않으면 응하지 않을 예정이다.
캉드쉬=우등졸업생같은 얘기를 한다.
김당선자=경제도 우등졸업을 했으면 한다. 한국에는 「팔자타령」이라는 말이 있다. 40년간 4번의 죽을 고비와 6년의 감옥생활, 10년의 망명, 3번의 낙선을 거쳐 당선됐는데 IMF에 밀려 축하파티도 못했다.
캉드쉬=대단히 죄송하다. 꼭 축하파티가 있기를 바란다. 예산을 삭감하더라도 실업보험금등 고용대책은 강화하려는 노력을 병행하는게 좋겠다.<유승우·정희경 기자>유승우·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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