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찰이 고작 이 정도인가. 의아스럽다 못해 신기할 만큼 경찰의 치안활동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 탈옥후 1년 가까이 전국을 휘젓고 다니는 무기수를 조기검거하지 못한 것은 물론 세차례나 눈 앞에서 놓쳤으니 이런 경찰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막판에 몰린 탈옥수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불안하고 걱정스럽다.지난해 12월30일 탈옥수 신창원을 검거하려다가 실패했던 경찰은 11일에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했다. 이번에는 골절수술을 받고 팔에 깁스까지 한 상태인 탈옥수를 형사 2명이 덮치고도 검거하기는 커녕 오히려 총까지 빼앗겼다. 한 쪽 팔이 부자유스러운 사람을 형사 2명이 못 당한 것이다. 격투과정에서 형사 1명이 권총 5발을 쏘았으나 한 발도 명중하지 않았고 다른 1명의 권총은 아예 격발되지 않았다고 한다. 특진을 의식해 지방경찰청간의 공조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여러 번 지적된 고질이지만, 이번엔 평소의 훈련과 무기관리도 허술하고 엉망이었음이 새로 드러났다. 범법자를 검거하러 가면서 무기의 상태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으니 근무기강 해이가 총체적으로 드러난 사례라 할 만하다.
더욱이 신창원은 훔친 고급승용차에 각종 무기를 싣고 12개나 되는 번호판을 번갈아 달고 다녔으나 한 번도 검문검색에서 적발되지 않았다. 경찰컴퓨터는 도난차량·번호판의 정보를 6개월동안만 수록했다가 해제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뒤늦게 대대적 수색작전을 벌이고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7일 전국 지방경찰청장회의를 소집, 중요범죄가 발생하면 책임관서장을 인사고과에서 감점하는 지역책임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12일 지방청차장회의를 열어 검거에 실패한 지휘관을 엄중문책키로 했다. 이런 으름장이 얼마나 먹혀들지 의문이다.
잇따른 탈옥수 검거실패와 범죄증가는 정권말기 경찰의 기강해이와 사기저하, 정기인사 연기로 인한 조직의 동요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보통 경찰인사는 연말연시에 실시돼 왔으며 전체적으로 인사가 끝나려면 2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치안수요가 커지는 3월 이전에는 경찰의 제반기능이 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올해의 경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인사보류를 요구했다가 12일 경정 이하는 알아서 하라고 입장을 밝혔는데, 하위직부터 인사를 하기 어렵고 3급 이상에 해당되는 직위의 인사는 언제 실시될지 불투명해 경찰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사회질서 유지의 근간인 경찰마저 흔들려서는 곤란하다. 조직과 인사가 어떤 식으로 처리되든 경찰의 임무가 달라질 수는 없으니 수뇌부부터 심기일전해야 한다. 그리고 기회가 부족하고 심사가 엄격한 특진제도를 이 기회에 재검토하고 경찰컴퓨터의 운영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기관리와 훈련을 철저히 하는 일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매 맞는 경찰, 뒷북이나 치는 경찰의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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