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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페레그린그룹 파산 배경/무리한 채권투자가 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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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페레그린그룹 파산 배경/무리한 채권투자가 화근

입력
1998.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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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최대의 투자사인 홍콩의 페레그린그룹이 12일 파산을 선언했다. 이에따라 10개 계열사중 매년 5,000만달러의 이익을 내고 있는 페레그린증권과 페레그린 캐피털을 제외한 전계열사가 문을 닫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페레그린에 투자해온 홍콩·상하이(상해)은행, 씨티은행 등 외국 투자자들은 자금회수에 나섰고 미국의 AIG사는 페레그린증권을 인수할 것으로 전해졌다.페레그린의 몰락은 아시아 경제한파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지난해 페레그린이 총자산의 20%에 해당하는 1억7,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루피아화마저 폭락하자 회사지분 24%를 매입하려던 스위스 취리히그룹이 7일 매입계획을 백지화한 것이다. 루피아화 폭락으로 인한 걷잡을 수 없는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지분매입 백지화 발표 직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 주식거래와 선물거래가 전면 중단됐고 2,500만달러를 투자, 2.6%의 지분참여를 약속했던 퍼스트시카고사마저 페레그린을 떠났다. 페레그린그룹은 88년 전직 카레이서인 필립 토스에 의해 설립된 금융재벌. 이 회사는 화교자본가 리카싱(이가성)과 중국 최대 투자기관인 「시틱 퍼시픽」을 끌어들이면서 홍콩의 대표적인 투자사로 급부상했다. 90년초 동남아와 중국의 급성장은 토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했고 페레그린은 아시아 16개국을 비롯, 전세계 34개 도시에 지점을 둔 세계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94년 토스회장이 본업인 증권중개업에 만족하지 않고 동남아 성장기업에 대한 채권투자로 사업영역을 확대한 것이 화근이 됐다. 토스회장은 이때 「신규투자사업부」를 설치, 레먼브러더스사로부터 고액으로 스카우트한 한국계 프랑스인 앙드레 리에게 채권투자의 전권을 맡겼다. 한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리는 회장의 총애속에 독단적으로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기업에 96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무려 26억달러의 「돌아오지 않는 채권」발행을 대행,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결국 경영진의 무리한 사업영역확대와 위기관리 부재가 몰락을 초래한 셈이 됐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페레그린의 몰락은 아시아 경제위기에 따른 대형 금융사의 연쇄부도를 알리는 서막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윤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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