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에게 빵을 먹이는 사진을 신문에서 보고 놀랐다. 엊그제는 제주도에서 소가 귤을 먹는 사진이 나왔다. 달러값 폭등으로 값이 뛴 사료보다 빵이나 귤이 싸기 때문일 것이다. 귤 농가에서 상품성이 없는 등외품을 처분한 것이지만 소에게 귤을 먹이는 장면은 쇼크였다. ◆방매현상으로 소 닭 돼지값이 폭락해 축산업의 뿌리가 흔들릴 지경이다. 난방용 기름값 때문에 시설원예 농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반면 논농사에 폭발적인 관심이 쏠려 논값이 급등하고 있다. 경지정리가 되지 않은 곳은 평당 1만원 미만, 정리된 곳도 2만원 안팎이던 논값이 요 몇주일 사이 50%까지 치솟았다. ◆IMF 한파의 영향을 가장 덜 받는 것이 논농사이니 공급 부족으로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일자리를 잃고 믿을 것은 농사 뿐이라며 농촌으로 돌아가는 도시인들의 U턴 현상도 늘어났다. 벼농사 전업농들도 쌀값이 오르리라는 기대에서 다투어 경지면적을 늘리려 하지만 매물이 없다고 한다. ◆90년대 들어 논 면적이 크게 줄어 쌀 자급률은 떨어져 가고 있다. 간척사업 등으로 꾸준히 농경지를 늘려 90년 1백34만여 ㏊나 되던 논이 96년 1백17만여 ㏊로 줄었다. 여의도 면적의 60배가 없어진 것이다. 논에 고층아파트를 짓고 공업단지를 만드느라고 애써 이룬 쌀 자급기반을 무너뜨린 것이다. ◆토지는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다. 그중에서도 논은 한국인에게는 모든 가치의 시원이었다. 논이 제 대접을 받기 시작한 현상은 일시적이겠지만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기에 충분하다. 농업의 소중함, 쌀의 고마움을 일깨우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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