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원 평론집 ‘그림으로 보는 한국…’ 발간풋풋한 여인의 누드. 보는 이들은 싱그러운 여인의 누드에서 관능의 그림자를 볼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성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그 작가가 머물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압력, 관객의 시선이 한데 어울린다. 그리는 작업은 개인적 활동이다. 하지만 그림을 보는 일, 그 일에는 언제나 「정치」가 개입된다. 그림이 개입되는 정치는 비단 걸개그림 같은 민중미술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미술평론가 강성원(43)씨가 낸 비평서 「그림으로 보는 한국 근현대미술」(사계절 발행)은 1931년 이마동의 「남자」로 시작해 57년 장욱진의 「나무와 새」, 70년 문학진의 「노란 코스튬」, 85년 오윤의 「칼노래」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미술의 대표작을 관통하는 시대상과 작가의 고민같은 정치적 맥락을 날렵한 시각으로 잡아내고 있다.
한국 최초의 누드화이며, 서양식 인체비례를 벗어난 그림으로 기록되는 1916년 김관호 작 「해질녘」. 강씨는 이 그림에서 대신 시대의 우울을 외면하려는 작가의 「심리적 아편」을 찾아냈다. 식민시대와는 아랑곳없이 강변에서 목욕하는 여유있는 여성들의 모습은 「시대의 고난에 눈을 감고 차라리 강한 자들이 느끼는 시대의 우울에 매혹적인 미학적 연대를 느끼는 당시 예술지상주의자가들」이 그린 그림이며, 이런 모습은 「당시 지식인에게 필요한 아편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강씨는 예술지상주의자만을 비판하는가. 그렇지 않다. 강씨는 오늘의 민중미술은 「작품에 대한 기억은 남지 않고 운동에 대한 기억만이 역사로 기록됐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우리 산자락처럼 깊고 유연하고, 혹은 절박하게 내지르는 듯한 칼맛」을 내는 민중미술가 오윤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는다.
서강대 사학과, 서울대 대학원 미학과를 마친 강씨는 학맥 중심의 화단에서 다부진 비평으로 자신만의 위치를 다져왔다. 강씨는 근대 100년간 회화, 광고 등에서 나타난 여성이미지를 통해 여성에 대한 시각을 분석한 「여성미학의 사회사」, 서양 근현대미술비평서 「시대정신과 이미지」, 평론집 「근대성과 미술」을 같은 출판사에서 낼 예정이다. 젊은 비평가의 책이 4권이나 잇따라 출판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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