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오 5시10분 KBS 제1라디오를 켜면 「내일은 푸른 하늘」을 진행하는 성기영(28·여)아나운서의 낭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장애인과 일반인을 잇는 가교역할을 해온 이 프로는 방송국내 최장수프로그램. 81년 유엔이 정한 「세계장애인의 해」를 계기로 시작돼 벌써 17년째를 맞았다.지난달 20일로 창립 2돌을 맞은 장애인을 위한 라디오방송국 「사랑의 소리방송」도 「내일은 푸른 하늘」이 모태가 된만큼 장애인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프로인 셈이다. 그동안 이 프로의 아나운서와 PD는 여러명이 바뀌었지만 때로는 장애인의 기쁨을 함께하는 친구로, 때로는 이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동반자역할만은 변함없었다.
『7년이 넘도록 아나운서 생활을 하며 수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해봤지만 이 프로만큼 청취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적은 없었어요. 장애인들의 기막힌 사연을 읽으며 눈물을 참지못해 녹음을 몇번이나 중단하곤 합니다』
성아나운서가 이 프로를 처음 맡은 것은 96년7월. 당시만해도 솔직히 장애인에 대해 별다른 인식을 갖고있지 않았지만 이제는 열렬한 장애인 권익옹호론자가 됐다.
그는 『신체상의 불우함을 딛고 삶의 의지를 다지는 장애인들의 소식을 전할때면 다른 방송에서는 느끼지못한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며 『아나운서가 된 것에 새삼스러운 자긍심을 갖게된 것도 바로 이 프로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에다 가난까지 겹쳐 실의에 빠진 이들의 소식을 전할 때면 가슴이 미어지지만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장애인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을 볼 때』라며 『집값이 떨어진다고 자기 동네에 장애인을 위한 학교를 짓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볼때는 정말 서글프고 허탈하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들을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 아니라 도와야할 사람,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죠. 연말연시, 명절, 장애인의 날 등 특별한 때가 되면 법석을 피우다 그때가 지나버리면 까맣게 이들을 잊어버리는 것도 이런 잘못된 인식때문입니다』
성아나운서는 『내가 혹은 내 가족중의 한 사람이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질 것』이라며『장애인을 위한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장애인을 이상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동국 기자>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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