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줄고 아르바이트 끊겨 주점·상가들 폐업속출/여학생들 “화장 포기했어요”대학가도 완전히 얼어붙었다.
IMF한파가 몰아닥친 12월이후 아르바이트가 끊기고 용돈도 줄어든 학생들이 「내핍」생활을 하게되면서 대학가의 풍속도가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
교내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친 학생들은 해가 저물면 곧장 집으로 향하고 지방이 고향인 학생들은 방학이 시작되자 대부분 「고향 앞으로」다. 또 어학연수를 못 간 학생들과 취업재수생들이 몰려 방학중인데도 도서관은 새벽부터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한양대 김윤철(27·법학4)군은 『친구들이 모두 도시락을 싸들고 학교에 나와 종일 도서관에서 지낸다』며 『밖에 나가면 돈이 든다는 이유로 애인조차 교내에서 찾는 「실속파」들이 많아지는 바람에 캠퍼스커플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학보사 편집국장 표종훈(21·독문3)군도 『군에 가려고 휴학했으나 그마저도 밀려난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친구들도 할 수없이 도서관을 전전한다』고 전했다.
방학때면 과사무실이나 학교 전용게시판을 가득메우던 배낭여행이나 해외어학연수 모집광고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연세대 백양로 게시판은 학기중 붙여놓았던 몇몇 게시물만 흉물스럽게 남아있을 뿐이다.
신학기가 한참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선배들의 전공책 확보전쟁이 빚어지고 있으며 학내 벼룩시장에서도 전공서적이 단연 인기품목이 됐다. 「필수품목」이 되다시피한 핸드폰도 거의 사라졌고 대학원생들의 신년하례식도 강의실에서 음료수와 커피만으로 치러졌다.
대학주변 거리들도 썰렁해졌다. 고려대 후문의 호프집 「킹크림슨」의 경우 매상이 절반이하로 줄었다. 근처 주점 「고구려」는 싼 값의 소주를 찾는 학생들이 꾸준한 편이지만 그래도 손님이 20%나 줄었다. 「고구려」 종업원은 『예전의 호기부리던 「폭주문화」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고 안주도 최소한으로 시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인근 녹두거리 주점 「태백산맥」주인 배명섭(46)씨도 『학과나 동아리단위의 모임자체가 줄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앞 패션거리도 점포태반이 40∼70%씩의 할인광고를 내걸고 있으며 홍익대 및 한양대 주변엔 술값과 커피값까지 할인하는 업소들이 속출하고 있다.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의 유흥업소들도 일반인을 상대로 한 주말 반짝장사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대학 주변 하숙집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빈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던 고시촌도 이제는 「호객」에 나서야 할 정도로 상황이 역전됐다. 고려대주변 안암고시원 유지혁(52)씨는 『지금은 주인없는 빈방 열쇠만 지키고 있는 신세』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여학생들은 2만∼3만원의 화장품 값도 절약, 「맨얼굴」로 찬 겨울바람을 맞고 있다. 서강대 박준경(22 ·국문3)양은 『과외학생의 아버지가 실직, 아르바이트 자리가 끊겨 영어학원 수강도 포기했다』며 『한 친구는 휴대용 화장품케이스를 잃어버린 지 한달이 넘도록 그냥 「노(NO)화장」인채로 다닌다』고 말했다.<이진동·김정곤 기자>이진동·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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