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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고통참고 더 뛰는데…/“지금 공직은 공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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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고통참고 더 뛰는데…/“지금 공직은 공직”

입력
1998.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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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 눈치·줄대기 지방 선거바람/손놓은 공복들 총체적 “행정실종”국제통화기금(IMF) 경제국난에 행정공백이 심각하다. 온 국민이 난국 극복을 위해 고통스러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마당에 국민의 공복이 일손을 놓고 납작 엎드려 있다. 정권교체기에 나서야 득될 것 없다는 보신주의가 공직사회에 팽배, 책임의식 정책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예상되는 대규모 정부조직개편과 이에 따른 인사를 앞두고 공직자들이 업무는 뒷전이고 복지안동으로 눈치만 살피고 있다. 민원이 쏟아지지만 예산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등 IMF를 핑계로 외면하는 등 총체적 행정공백 상태다. 중앙부처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감독기능이 마비된 틈을 타 일선 지방자치단체는 5월 실시될 선거바람이 벌써 불어 표를 의식한 선심행정이 난무하고 있다.<관련기사 3면>

중앙부처 한 고위공무원은 10일 『회의때마다 「눈치보지 말고 소신있게 일하라」고 다그치지만 쇠귀에 경읽기』라며 『결재때는 「저쪽에서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다」고 토를 달아 화를 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개탄했다.

또다른 부처의 고위공무원도 『최근 주요 실·국장 책상 위에서 올해 신규업무관련 문서를 본 적이 없다』며 『머리를 맞대고 정책을 개발하는 회의는 사라진지 오래』라고 털어놨다.

정부조직 개편시안 등에서 폐지되거나 통합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처 공무원이나 신분이 불안정한 별정직 공무원들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총리실을 비롯, 별정·정무직이 많은 조직일수록 문제를 찾아 해결하려는 공복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공직사회 전체가 대통령직 인수위에 대한 업무보고에만 온 신경을 쏟고 있으며 저마다 온갖 인맥을 동원, 새 집권세력에 줄을 대려는 구태도 여전하다. 요즘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정권인수위에 참여하기 위해 누구누구가 뛰었다』『누가 새 집권세력의 실력자와 친하다』는 등의 내용이 대화의 전부다. 『새 정권쪽 인사들을 잘 알지 못한다』고 전제한 한 호남출신 고위공무원은 『평소 친분도 없던 공무원들까지도 문안전화를 자주 걸어 온다』고 난감해 했다.

인수위도 충분한 실상파악전에 마구잡이로 정책을 발표함으로써 공직사회의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신분불안 및 인사걱정으로 차분히 일을 할 수가 없다』고 공무원들은 불평한다.

이같은 공직사회의 행정실종 양상은 특별한 전기가 없는 한 5월7일 지자체선거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더욱 걱정된다. 행정학자들은 유례없는 심각한 공직사회의 행정실종 현상이 대통령선거부터 취임까지 2개월이 넘는 긴 공백기간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화여대 송희준(행정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재정규모가 적어 대통령 당선에서 취임까지의 준비기간을 2개월 이상으로 길게 잡아 행정누수를 초래할 이유가 없으며 지자체 등에 행정권한을 대폭 이양, 정권 인수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황상진·이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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